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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크팍 Dec 20. 2023

나의 수습일지 #입봉준비

친절한 김 선배? 떠먹여 주는 대로 배우기

종로라인 3일 차.


출근한 뒤 코인 사기 건을 취재보고에 올렸다. 일보를 올리고 김 선배에게 접촉 가능한 피해자도 1명 확보했다고 말씀드렸다. 선배는 타사에 아직 보도된 사실이 없는지, 어떤 가상화폐인지에 대해 물었다. 피해자와 통화 후 다시 보고하기로 했다. 그리고 선배는 말했다.


“이걸로 입봉 하면 좋을 듯”


사실 처음 사건을 인지하고 인터뷰 가능한 피해자를 계속 섭외하고 있었다. 혜북라인 근무를 마치고 두목님 작업실에 놀러 갔을 때도 술을 마시며 혼자 노트북을 켜고 각종 커뮤니티에서 인터뷰 가능한 피해자를 섭외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 종로라인 2일 차 퇴근 뒤에 취재원에게 피해자 1명을 소개받았다.


그렇게 종로라인 3일 차부터 마와리를 잠시 멈추고 입봉작 취재에만 집중하게 됐다. 이날도 일보를 올린 뒤 바로 취재에 나섰다. 피해자와 통화해 내용을 정리하고 보도에 쓸만한 자료들을 제공받았다. 전화 취재를 마친 뒤 김 선배는 기사도 구성해 보자고 했다. 계속해서 취재를 이어가며 선배들 기사를 참고해 리포트를 써 내려갔다. 작성한 기사를 보고 선배는 어떤 내용이 추가되면 좋을지 피드백도 상세하게 해 줬다.


4일 차에도 취재를 이어갔다. 전문가에게 이런 유형의 사기가 어떤 위험성을 가지고 있고, 피해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등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한 준비도 했다. 피해자를 통해 추가 자료를 확보하기도 했다. 그렇게 입봉까지 마와리는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취재 내용을 보고하니 선배가 2시간 마와리를 돌고 보고하라고 했다...


까라면 까야지 어쩌겠나. 을지연습 때문에 본서는 힘들었고 종로서에서 가까운 지파 마와리를 돌았다. 보고 후 선배는 다시 마와리를 돌라고 지시했는데 곧바로 지시를 바꿨다. 내일 입봉 한다는 생각으로 추가 취재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이 지시를 받았을 때 드디어 내일 입봉을 하는 것인가 기대도 하게 됐다.


추가 취재를 마치니 선배는 보도정보에서 기사를 쓰는 연습을 해보라고 했다. 방송 기사를 쓸 때는 보도정보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했다. 글만 쓰는 것이 아니라 앵커멘트, 인터뷰, 스탠딩 등을 입력하는 방법도 따로 있었다. 인터뷰는 싱크도 잡아줘야 하고 DVE, CG 등도 일일이 의뢰를 올려야 했다. 나중에야 기사를 계속 쓰며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프로그램 사용법도, 온갖 용어들도 낯설고 어려웠다.


보도정보 연습 뒤에는 발제문 작성 연습도 했다. 수습 기간이 끝나면 기자들은 매일 아침 발제문과 기자 일정을 올리게 된다. 이 발제문을 바탕으로 데스커들이 큐시트 회의에서 그날의 큐시트를  확정 짓게 된다.


당시에는 선배가 지시하는 것들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발제부터 기사 작성까지의 과정을 하나씩 선배가 알려주고 연습을 시켰던 것이었다. 그렇게 정리된 그동안의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다시 기사를 썼다. 선배는 보도정보에 기사 내용을 올려 엠바고 일시를 다음날로 설정해 두라고 했다. 어떻게 될지 모르니 아무에게도 말은 못 했지만 입봉이 다가왔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선배는 발제문과 기사 내용에 대해 상세하게 피드백도 해줬다. 어떤 부분들을 조심하고 경계해야 하는지 설명해 줬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 취재원 보호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줬다. 그리고 선배는 드디어 내일 입봉을 하자고 했다.


“내일 너 입봉 하겠다고 캡한테 말할 거야.”


그리고 다음날 출근하면 어떤 것들을 준비하고 취재를 나가야 하는지도 설명해 줬다. 그렇게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 다음날 일찍 나가기 위한 채비를 했다. 여름인지라 평소 셔츠에 슬랙스만 입고 다녔지만 입봉이니 만큼 정장을 꺼내고 넥타이도 챙겼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드디어 방송기자로서 입봉을 한다는 설렘에 쉽사리 잠들지 못하는 밤이었다.


https://blog.naver.com/chicpark_/223298626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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