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크팍 Mar 14. 2024

나의 수습일지 #무조건 성사시켜

세 번째 총상, 바이스는 어려워.

뼈 선배 지시를 받고 바이스에게 연락했다. 용산경찰서에서 보험사기 사건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캡께서 나에게 총을 쏜 상황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동기들 중 혼자만 입봉 해 있던 터라 내가 기사를 쓰며 배울 수 있게 캡은 나에게 총을 쏘셨다. 추석 전후로는 동기들이 하나둘씩 입봉 하게 됐다. 모두가 입봉 한 수습 후반부에는 새로 오신 바이스가 동기들 기사 수를 집계하며 골고루 총을 쏘셨다.


경찰에서 사건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하면 기사를 쓰기 좋았다. 사건 관련 영상, 사진 자료도 함께 제공되기 때문에 흔히 사건 기사를 쓰기 위해 cctv를 확보하러 다닐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현장에는 가야 한다. 목격자를 찾아보고 현장 스케치도 하고 스탠딩도 해야 했다. 이날 바이스도 현장에서 목격자부터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에서 제공받은 영상을 인제스트 하고 현장으로 향했다. 수십 건의 보험사기 행각을 벌였는데 피의자가 여러 번 범행을 저지른 장소가 있어 그곳으로 갔다. 바이스는 사건을 처음 인지한 지구대 경찰과 범행 장소 인근 목격자 인터뷰를 요구했다.


이동하며 경찰관 인터뷰를 성사시키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전화를 돌렸다. 하지만 해당 경찰관들은 당일 비번이기도 했고, 경찰서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한 상황에 우리에게만 인터뷰를 제공해 줄리가 없었다. 바이스에게도 상황을 계속 보고했다.


“인터뷰를 성사시키는 건 네 몫이다.”


어떻게든 인터뷰를 성사시키라는 말이었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지구대 경찰관 인터뷰는 아무리 접촉해 봐도 어려웠다. 바이스에게 해보고 안되면 수사를 담당했던 팀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겠다고 보고했다.


“아니 무조건 성사시켜라. 안된다고 물러서지 말고.”


안 된다는 말을 가장 싫어하는 바이스였다. 계속해서 인터뷰를 시도해 봤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현장에서 영상취재 선배와 만났다. 선배가 도착하기 전부터 현장을 돌며 목격자를 찾아다녔다. 한 식당에서 이번 사건을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범행 장소에서 사고가 빈번히 있었다는 인터뷰이를 찾아냈다. 여담으로 뉴스에 인터뷰가 나가지는 않았지만 몇 개월 뒤 친구들과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아갔을 때 인터뷰이는 날 알아보고 좋아해 주셨다.


인터뷰를 진행하고 선배가 스케치를 하는 동안 바이스에게 스탠딩 멘트를 작성해 보고했다. 원래 스탠딩 멘트를 따로 보고하지는 않지만 이제야 세 번째 기사를 쓰는 나였다. 불안한 마음에 미리 컨펌을 받고자 했다.


바이스는 다시 작성하라고 했다. 항상 스탠딩에 수치나 사건의 특징이 담겨야 한다는 주의였다. 개별적인 사고 규모도 크지 않았고 손목 치기 수법을 일삼았기 때문에 사건이나 현장의 특징을 담기는 어려웠다. 결국 유의미한 수치를 녹여 스탠딩 멘트를 다시 짰다.


멘트를 수정해 준 바이스는 현장에서 무빙으로 스탠딩을 하라고 했다. 하지만 영상취재 선배는 반대였다. 현장 상황과 맞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방송기자는 현장에서 영상취재기자와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그 현장에서 보고 느끼는 건 취재기자와 영상취재기자 둘 뿐이기 때문이다.


결국 영상기자 선배 말대로 와빠를 잡고 정석적인 스탠딩을 했다. 보고하니 바이스도 별다른 말은 없었다. 기사를 마감해야 하니 더 이상 현장에 머무를 수 없었다. 수사 담당 팀장 인터뷰도 결국 회사로 복귀하며 전화로 진행했다.


회사에 들어가니 이미 5시가 넘었다. 빠르게 기사를 마감해야 했다. 바이스가 직접 기사를 봐줬기 때문에 너무 늦지 않게 기사를 마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뼈 선배도 이날 총을 맞은 상황이었기에 혜북라인 2진 본서 집착남 선배가 기사를 도와줬다. 아직 수습 신분이었기 때문에 그래픽이나 여타 편집 관련 연락을 받기 위해서는 선배들을 통해야 했다.


기사에 반영한 싱크 tc를 잡고 더빙을 마치니 6시 반이었다. 본서 집착남 선배에게 배운 대로 곧바로 편집실로 향했다. 편집 과정을 모두 확인한 뒤 보도국에 복귀하니 이미 뉴스가 진행되고 있었다. 집착남 선배는 최종 편집본을 확인한 뒤 퇴근을 하자고 했다.


하지만 1진 김 선배가 편집을 마치면 타사를 돌려서 보고해 달라고 했었다. 아무도 없는 1층 카페 좌석에 앉아 타사, 소방 확인을 마친 뒤에야 퇴근할 수 있었다. 김 선배는 퇴근 지시를 하며 말했다.


“동기 중에 기사 유일&제일 많이 썼는데 차차 보도정보도 익숙해질 거야.”


처음 중부라인에 가면서 김 선배가 무섭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예상외로 다그치지도 않고 잘 챙겨주는 선배 덕에 조금씩 또 성장해 갔다. 하지만 다음날부터 동기들이 한 명씩 입봉 하기 시작하며 기사를 쓸 기회가 많이 없었고 보도정보 사용법이 익숙해지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7/0001688536

https://blog.naver.com/chicpark_/223383425627

작가의 이전글 나의 수습일지 #누구든, 언제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