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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크팍 Mar 26. 2024

나의 수습일지 #설마?

여유로운 연휴 전날

어느덧 추석 연휴가 다가왔다. 연휴 하루 전 날 뼈 선배는 모니터 당직으로 오전 오프였다. 종로경찰서에서 1진인 김 선배에게 일보를 올리고 있었다. 퇴직 경찰관이신 방호원 선생님께서 내가 일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며 보여주셨다. 매일 종로서에 가다 보니 방호원 선생님과도 친분이 쌓였는데, 종로서에 오는 기자들 중에 가장 열심히 한다며 좋아해 주셨다.



종로서에 가면 매일 로비 전시장 위에 노트북을 올려두고 보고 준비를 했다. 선배들이 기자실 이용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지만 로비에 있으면 지나다니는 경찰과 한 번이라도 더 인사할 수 있었다. 나중에 친해진 종로서 형님은 故 최규식 경무관을 추모하는 공간에 매일 노트북을 올려두고 있어 예의가 없다고 농담을 한 적도 있다. (지금은 전시장 안에 故 최규식 경무관의 유품이 있지만 당시에는 비어 있었다.)


이날 뼈 선배는 취재원과 식사 약속에 나를 데려갔다. 선배는 오전 오프였는데 약속 때문에 일찌감치 나와 있었다. 오전 마와리를 돌다가 선배와 만나 약속 장소로 향했다. 연휴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자리에 함께한 이들 모두 여유로운 분위기를 한껏 내뿜었다.


뼈 선배도 여유를 만끽하고 싶어 보였다. 식사 자리를 마치고 이미 커피를 마셨지만 우리끼리 카페를 또 가자고 했다. 숙대입구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서울역까지 굳이 걸어서 이동했다. 선배는 태풍 취재로 포항에 내려가 있는 동기 이야기를 하며 오히려 서울에 남은 것이 더 편하게 되었다고 했다. 실제로 동기 윤 기자는 이틀 정도 출장을 예상하고 내려갔지만 목요일 저녁 뉴스가 끝나고 나서야 서울로 복귀할 수 있었다.


선배와 걸어가며, 카페에 도착해서 각자의 관심사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보고가 아닌 대화가 사실상 처음인 것 같았다. 선배는 나를 경찰서로 돌려보내지 않았다. 과거 영상을 보내주며 기사 작성과 보도정보시스템 사용법을 연습시켰다.


한 시간가량 연습을 한 뒤 결국 종로경찰서로 복귀했다. 그래도 두 시간 정도 마와리만 돌면 퇴근할 수 있으리란 기대가 있었다. 전 날 총을 맞았는데 설마 오늘도 총을 쏘지는 않겠지 싶었다.


총은 1진 김 선배가 맞았다. 마와리를 돌고 있는데 뼈 선배에게 취재지원 요청이 왔다. 김 선배 기사에 들어갈 인터뷰 워딩을 풀어달라는 것이었다. 귀성길 시민들 인터뷰였다. 나는 아직 일하고 있는데 벌써 귀성길에 나선 시민들이 부러웠다. 그렇지만 시간상 워딩만 풀어서 보고하면 퇴근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워딩을 풀었다.


드디어 퇴근이었다. 입사 후 처음으로 맞는 연휴였다. 뼈 선배는 퇴근 지시와 함께 말했다.


“추석 때 기사 쓰면서 막히면 얘기하고. 죄송 안 해도 되니까.”


혹여 연휴 때 출근해서 총을 맞고, 기사를 쓰다가 막히면 언제든 물어보라는 것이었다. 설마 이제 막 입봉 한 나에게 연휴 때 총을 쏠까 싶었다. 그저 쉴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하며 집으로 향했다.


설마는 언제나 사람을 잡는다.


https://blog.naver.com/chicpark_/223395989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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