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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크팍 Apr 04. 2024

나의 수습일지 #첫 강력사건(1)

기다리던 오후 조였는데 비상이라고?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태풍 지원을 갔던 동기가 오프를 받아 하루 더 오전조로 출근했다. 연휴가 끝나서인지 타사 단독이 쏟아졌다. 세종문화회관 횡령 사건부터 특수강간, 특수강도강간, 주거침입 등 하루 종일 타사 보도를 확인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그리고 다음날, 드디어 오후 조 출근을 하게 됐다. 얼마나 고대하던 오후 근무였는지 마음이 평안했다. 9월 14일 이날은 광역 중부라인에 와서 처음으로 종로경찰서가 아닌 곳으로 출근한 날이었다. 전날 저녁 뼈 선배는 종로서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도 된다고 했다. 나는 종로라인에 속한 성북경찰서로 향했다.


성북경찰서는 가장 좋아하던 곳이었다. 이상하리만큼 좋은 형님들을 많이 만난 곳이었다. 처음 성북서를 찾았을 때 우연히 마주친 형님이 있었다. 나에게 기자냐며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 이 대화를 계기로 형님과는 서로 의지하며 지내게 됐다.


나중의 일이지만 성북서에서는 고향 선배도 만났다. 처음에 간단히 인사를 하고 연락처를 교환했는데, 나중에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다 보니 동향이었다. 심지어 같은 중학교 선배였다. 두 형님은 기자를 그만둔 지금도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


성북서 첫날은 마와리도 수월하게 돌았다. 엄청난 경계를 하거나 문전 박대를 하는 경우가 없었다. 저녁을 먹은 뒤에도 지파에서 근무자들과 재밌게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마와리를 돌다 보니 개인적으로도 정보가 어느 정도 쌓여 있었다. 정보를 쥐고 있으니 경찰들과 이야깃거리도 많았다. 정보가 많아지니 내게 관심을 보이는 경찰들도 있었다.


그렇게 순조롭게 마와리를 돌다가 퇴근했다. 오랜만에 오후조로 돌아왔기에 다음날 늦잠을 잘 생각에 설렜다. 자정 즈음 집 근처에 도착해 24시간 운영하는 중식당에 갔다. 짬뽕과 미니 탕수육을 주문했다. 소주도 한 병 시켰다. 기분 좋게 취해 집으로 가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오전 10시였다. 휴대전화를 충전기에 올려두지 않은 채 잠이 들어 전원이 꺼져 있었다. 충전기에 꽂아 전원을 켜니 뼈 선배와 바이스에게 연락이 와 있었다. 뼈 선배는 아침 7시에 내게 전화를 했다가 휴대전화가 꺼져 있어 카톡을 남겨두었다.


“비상이라 일어나는 대로 신당역으로 출근해라.”


바이스는 전날 올린 정보보고 내용이 좋다는 카톡을 남겨놨다. 그리고 답장을 하니 교통공사를 통해 디테일한 부분이 확인되느냐, 전 직장 동료들을 통해 파악할 거리가 있느냐고 물었다. 도통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곧바로 신당역을 검색해 보니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었다. 사건팀 수습기자로 처음 마주한 강력사건, ‘신당역 살인사건’이었다. 교통공사 자회사에서 근무했던 경력을 알고 있던 바이스가 지인들을 통해 아직 기사화되지 않은 이야기들을 파악해 보라는 것이었다. 우선 바이스에게 연락을 돌려 확인해 보겠다고 한 뒤 뼈 선배에게도 바로 준비해서 나가겠다고 했다.


준비를 마치고 신당역으로 이동하며 전 회사 동기들에게 연락했다. 한 명이 건너 건너 피해자의 입사 동기와 연락이 닿았다. 몇 가지 새로운 사실들을 파악할 수는 있었지만 피해자 동기들도 충격이 컸던 터라 인터뷰를 하거나 기자인 나와 직접 연락을 하는 일은 거부했다.


신당역에 도착하니 대합실이 기자들로 빼곡했다. 같은 라인에 있던 동기 윤 기자도 있었다. 뼈 선배는 우선 윤 기자와 교대로 식사를 하라고 했다. 윤 기자가 밥을 먹는 사이 업데이트되는 기사들을 찾아보며 사건 관련 내용들을 숙지했다.


식사를 마친 뒤 뼈 선배, 윤 기자와 함께 구역을 나눠 cc를 따기 시작했다.



- 신당역 사건 피해자의 명복을 빕니다. -


https://blog.naver.com/chicpark_/223405721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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