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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크팍 Mar 27. 2024

나의 수습일지 #꿀팁

뉴스로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

수습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격주로 주말 근무를 했다. 한 주는 주 6일, 그다음 주는 주 5일을 근무하는 식이었다. 공휴일도 마찬가지로 순번대로 근무를 했다. 주말도, 공휴일도 뉴스는 나가야 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주말 근무가 없으면 시골집에 자주 내려갔다. 몸도 마음도 지치다 보니 도시를 떠나 힐링이 필요했던 것 같다.


회사에 들어가고 첫 명절 연휴였다.(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연휴 전날 퇴근하고 늦은 저녁에 부모님 댁으로 내려갔다. 4일 연휴 동안 2일을 출근하는 동기들도 있었지만 나는 다행히 마지막 날 하루만 출근이었다. 고향이 지방인 수습들은 연휴 첫날이나 마지막 날만 근무를 배치해 주는 배려를 받았다.


주말에 2일만 온전히 쉴 수 있어도 감지덕지였는데 3일이나 쉴 수 있다니 기분이 좋았다. 가족들과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술도 한잔했다. 그동안 만나기 힘들었던 고향 친구들도 오랜만에 만났다. 낮에는 테라스에 누워 따듯한 햇볕과 선선한 바람을 맞는 호사도 누렸다. 그렇게 3일은 순식간에 삭제됐다.

연휴 3일 차 오후가 되어 귀경길에 올랐다. 분명 쉬었는데 몸도 마음도 천근만근이었다. 다음날 보고는 영등포라인 2진이었던 이 선배에게 하면 된다고 뼈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그런데 경찰서가 아닌 회사로 출근을 하라고 했다. 명절이라 마와리를 돌리지 않는구나 싶었지만 같이 근무하는 동기들 중 혼자 입봉 해 있던 터라 총을 맞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눈을 감았다 뜨니 출근 중이었다. 보도국은 고요했다. 출근한 동기들과 카톡으로 고요 속의 수다를 떨며 오전을 보내고 선배들과 점심도 먹었다. 이대로면 조용히 퇴근할 수 있겠다 싶었다.


역시는 역시였다. 양치를 하고 들어오자마자 총상을 입었다. 그래도 난도가 낮은 스케치 기사였다. 연휴 마지막 날 풍경을 담아 오라는 지시였는데 그동안 스케치 기사 취재지원은 다녀봤지만 직접 기사를 쓰는 건 처음이었다.


영상취재 선배와 어린이대공원으로 향했다. 영등포라인 이 선배가 미리 섭외를 해준 덕분에 도착해서 바로 취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어린이대공원만으로는 기사를 쓸 수 없었다. 함께 출근한 사회부 장 기자(전 국제부)가 취재지원을 나와줬다. 장 기자는 영화관과 경복궁으로 가 시민 인터뷰를 담아왔다.


어린이대공원에 함께 간 영상취재 김 선배는 경력이 많은 선배였다. 이날 선배는 스케치 기사는 일찌감치 나와 직접 여러 풍경을 담는 것이 좋다며 출근해서 나다 싶으면 손들고 미리 일정을 나오라고 조언해 줬다. 다른 기자들이 생각하지 않는 곳을 가보는 것도 기사를 돋보이게 할 수 있다며 다음 스케치 기사를 쓸 때 가볼 만한 곳도 추천해 줬다.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들이었다. 선배는 인터뷰도 여러 개 따 두자고 했다. 싱크를 쓰지 않더라도 묘사를 치거나 배경 영상으로 인터뷰이들을 블러 처리 없이 내보낼 수 있다며 팁을 주었다. 최근 타사 수습기자들을 대상을 교육을 나간 적이 있다. 시민들 모습을 스케치한 영상을 기사에서 쓸 때 반드시 블러 처리가 필요한지에 대해 물었다. 나는 선배에게 전수받은 꿀팁을 그들에게 그대로 전해줬다.


선배는 이제 막 입봉 한 내가 긴장하지 않도록 배려해 줬다. rec을 눌러 둘 테니 편하게 만족할 때까지 멘트를 하라고 했다. 선배 덕에 스탠딩도 수월하게 마치고 회사로 복귀할 수 있었다.


연휴 마지막 날이다 보니 내 기사가 탑으로 꽂혔다. 서둘러 기사를 마감해야 했다. 회사에 도착하니 먼저 복귀한 장 기자가 인터뷰 워딩을 풀어 전달해 줬다. 장 기자가 지원해 준 덕에 인터뷰도, 그림도 풍부했다. 스케치 기사를 쓰기에 최상의 조건이었다. 기사도 막힘없이 써 내려갔다. 영등포라인 이 선배가 일부 수정을 하고 데스킹까지 수월하게 끝났다.


사실 이날은 동기들과 저녁을 먹기로 한 날이었다. 각자 라인으로 흩어져 마와리를 돌다 보니 다 같이 모이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연휴 중 하루를 잡아 다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었다.


6시가 되자 동기들은 퇴근하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나는 더빙도 편집도 아직 끝내지 못한 상황이었다. 부랴부랴 편집까지 마치고 보도국으로 복귀하니 곧 뉴스가 시작할 시간이었다. 결국 영등포라인 이 선배와 회사에서 내 기사가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난 뒤에야 퇴근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 나와 약속 장소로 이동하기 전에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처음 다녔던 회사의 본부장님이었다. 본부장님은 내가 기자가 된 것을 모르셨다. 방송에 내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고 놀라서 전화를 하셨다고 했다. 뉴스를 보고 이렇게 지인에게 연락을 받고 나니 진짜 방송기자가 되었음이 실감 났다.


총을 맞은 덕에 약속 장소에 늦게 도착했다. 오랜만에 동기들과 다 같이 모이니 너무 반갑고 좋았다. 연휴 덕인지 마와리를 돌며 까무잡잡하고 피골이 상접해 가던 동기들은 어느 정도 생기를 되찾았었다. 우리는 일찌감치 자리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4일의 연휴를 끝내고 마와리에 복귀해야 했기 때문이다.


연휴가 끝난 뒤 동기들도 하나둘씩 입봉을 했다. 덕분에 나는 연휴 스케치 기사 이후로 한 달가량 기사를 쓰지 못했다. 9명이나 되는 동기들이 번갈아가며 총을 맞은 이유도 있었지만 총을 맞아도 항상 기사가 킬 됐다. 날씨가 쌀쌀해질 때쯤 되어서야 다시 기사를 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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