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정체성 위기: 나는 누구인가?

그는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7시 정각,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하지만 뭔가 달랐다. 천장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지?'


욕실 거울 앞에 선 나는 자신의 얼굴을 유심히 관찰했다. 이마의 주름, 굵어진 팔자 주름, 희끗해진 머리카락. "야, 너 누구야?" 거울 속 중년 남성에게 속삭였다. 대답은 없었다. 당연하지. 거울은 말을 하지 않으니까.


아침 식사를 하며 TV를 틀었다. 뉴스에서는 세대 갈등을 다루고 있었다. MZ세대, X세대, 베이비부머... 그는 어느 세대에도 속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내 세대는 뭐지? 침묵의 세대?"


차에 올라타고 출근길에 나섰다. 평소와 같은 경로, 같은 시간. 하지만 오늘따라 모든 것이 의문스러웠다. 신호등 앞에서 멈춰 섰을 때, 옆 차선의 운전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도 똑같은 표정이었다. '저 사람도 나처럼 생각하고 있을까? 나는 누구지? 왜 이렇게 살고 있지?'


회사에 도착해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 젊은 직원이 인사를 건넸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그는 깜짝 놀랐다. 아, 맞다. 난 대표지. 언제부터 직함이 이름이 되어버렸을까?


점심시간, 식당에서 직원들과 밥을 먹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도 마치 홀로 앉아있는 듯했다.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밴드에서 노래를 하던 때. 그때의 나는 지금과 얼마나 다른가.


퇴근 후, 집으로 향하는 길. 차 라디오에서 옛날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는 따라 부르려다 말았다. 목소리가 낯설게 느껴졌다. 이게 정말 내 목소리인가?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었다. 어둠과 적막만이 나를 반겼다. 냉장고를 열어 커피 캔 하나를 꺼냈다. 소파에 앉아 천천히 커피를 마시며 생각에 잠겼다.


어릴 적 꿈꾸던 모습은 아니었다. 세계 여행을 하는 모험가가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내비게이션 없이는 길도 못 찾는다. 소설가가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보고서 쓰기도 벅차다.


문득 책장에 꽂혀있는 앨범이 눈에 띄었다. 먼지를 털어내고 펼쳐보니 젊은 시절의 사진들이 나왔다. 밴드에서 노래를 하는 모습, 첫 해외여행에서 찍은 사진, 첫 차를 구입했을 때의 모습...


"야, 넌 대체 어디로 간 거야?" 사진 속 자신에게 물었다. 대답은 없었다. 당연하지. 사진은 말을 하지 않으니까.


그때 갑자기 떠오른 생각. '잠깐, 나는 사라진 게 아니라 그저 변화한 거 아닐까?' 20대의 열정, 30대의 야망, 그리고 지금의 경험과 지혜. 모두 다 나의 일부인 것이다.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정체성 위기? 그게 뭐라고. 40대에 찾아온 새로운 모험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세계 여행은 못 갔지만, 매일 새로운 길을 찾아 운전하는 재미를 알게 됐다. 소설은 못 썼지만, 매일 인생이라는 드라마를 써 내려가고 있다.


커피를 다 마시고 잔을 내려놓으며 나는 생각했다. '나는 누구인가?' 글쎄,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그걸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인생 아닐까?


그날 밤, 나는 오랜만에 편하게 잠들 수 있었다. 꿈속에서 그는 세계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여행길에서 20대, 30대, 40대의 자신을 만났다. 모두 다 자신이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거울 앞에 섰다. "안녕, 낯선 사람!" 거울 속 남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제 그 낯선 얼굴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아 보였다. 오히려 거기엔 새로운 가능성이 보였다.


차에 올라타며 나는 생각했다. 오늘은 평소와 다른 길로 가볼까? 새로운 카페에 들러볼까? 아니면 회사 옥상에서 점심을 먹어볼까?


불혹의 정체성 위기? 글쎄, 어쩌면 그건 그저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는 즐거운 여정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나는 활짝 웃으며 시동을 걸었다. 오늘은 어떤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될까? 갑자기 기대되기 시작했다.


엔진 소리와 함께 그의 마음속에서도 뭔가가 깨어나는 것 같았다. 잊고 있었던 모험심, 호기심, 그리고 삶에 대한 열정. 나는 라디오를 켰다. 옛날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번에는 주저 없이 따라 불렀다.


"나는 누구인가?"

아직 답은 모르겠지만,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시작됐다. 그리고 그 여정이 꽤 재미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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