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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브랜드유 Apr 21. 2024

예전의 따뜻했던 봄처럼 되지 못한다 해도

가족과의 이별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겨울 같다. 나에게 어머니와의 이별이 그랬다.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 어머니가 쓰러지시는 모습, 병원에서 심폐 소생을 하는 모습, 여의치 않아 의사가 어머니의 가슴 위에 올라가서까지 노력했던 기억, 그런 과정에서 어머니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모습, 그런 모습이 나에겐 트라우마가 되어 머리에 남겨져 있다. 아니 심장에 남겨져 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주변 사람들에겐 괜찮은 척했지만, 쉽게 헤어 나오지 못했다. 난 아무런 대비를 하지 못한 채 그렇게 엄마를 떠나보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던 존재가 공허한 공간을 남기고 떠나버렸다. 남겨진 자리에는 못다 한 이야기와 깊은 슬픔만이 가득하다. 이 이별의 순간은 세상이 멈춘 것처럼 고요하고 차가워만 보였다.


며칠간에 어머니와의 작별 인사를 끝내고, 새로운 아침이 밝아왔다, 일상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도,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버텼다. 멍한 머릿속에서도 일상을 견뎌야 하기에 커피를 내리면서도, 그리움은 계속해서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고요히 아픔을 불러일으킨다. 더 이상 내 곁에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란, 마치 겨울바람을 맨살로 맞는 것만큼 서늘하고 아프다. 때로는 심장에 송곳이 찔려 파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나의 이런 상태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마음에 더욱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며 슬픔에 매몰되어 지내었던 나날들, 하지만 이별이라는 겨울에도 봄이 찾아오듯 점점 잦아들어줬다. 내가 노력해서 찾아와 준 것이 아닌, 계절이 바뀌듯 당연하게 다가와 줬다. 어쩌면 어머니가 하늘에서 봄에게 서둘러 내 아들에게 찾아가 달라고 부탁했을 것만 같은 마음에 나도 서둘러 봄을 맞이하려 노력했다.


그렇게 마음속에 자리 잡은 슬픔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다. 간혹 폭풍우처럼 밀려오는 슬픔을 마주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그 순간 어머니가 보내 준 선물 상자를 또다시 받게 되었다. 내면의 강인함과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능력을 받게 된 것이다. 이 선물은 마치 끝날 것 같지 않은 긴 터널을 지나면 빛이 보이는 것처럼, 스스로의 삶을 소중히 여기면 살아가길 하늘에서도 희망하는 어머니의 기도를 선물로 만나는 느낌이었다.


시간이 흘러, 이별의 겨울이 서서히 물러갔다. 마음 한편이 얼어붙었던 그 공간에 조금씩 따스한 봄바람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전의 그 따뜻했던 그 봄처럼 되지 못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한 겨울 맨살의 차가운 바늘이 나의 살결을 찌르는 듯한 고통을, 하늘에서 치워주었다는 것을 알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감사했다.


차츰 언젠가부터 아침에 눈을 뜨면, 그리움 속에서도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의미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커피의 향은 여전히 그리움을 떠오르게 하지만, 이제 슬픔보다는 나의 평온함이 주는 선물에 더 집중하게 됐다.


나는 이별을 겪으며 배운 감사의 마음을 일상에 녹여내기로 했다. 작은 것들에 기쁨을 느끼고, 현재의 순간에 감사함을 갖는다. 어머니와의 소중한 추억들은 내게 남겨진 선물이자, 앞으로 나아갈 힘의 원천이다. 이제 나는 다른 이들에게 나의 위로와 사랑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려 한다. 고통을 경험한 만큼, 타인의 아픔에 더 깊이 공감하고 그들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한다.


삶은 계속되고, 매일은 새로운 시작이다. 슬픔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지만, 이제는 그 슬픔을 품은 채로 더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기로 했다. 그리움과 사랑이 교차하는 이 길에서, 나는 계속 행복하게, 모든 계절을 소중히 맞이할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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