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꽃잎을 가득 품고 서서히 거리를 메우던 날,
우리는 우연히 마주친 눈빛 속 조용히 세상을 잊고 말았다.
가벼운 발걸음이 이끄는 대로 낡은 카페의 작은 테이블에 앉아
서로의 시선을 따라 천천히 커피잔 위로 피어오르는 김을 바라봤다.
네 눈동자에 비친 봄의 초록이 내 마음속에도 싱그럽게 퍼져 가고,
그때 봄바람, 한참을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너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그 순간, 세상의 모든 시계가 멈추고 두 마음이 첫눈에 사로 잡힌 듯
한없이 가벼워진 느낌 속으로 서로에게 조금씩 더 가까워졌다.
아직 이름도, 시작도 모르는 사이로 그저 봄날의 빛, 따스하게 내리쬐고
흐드러진 벚꽃 아래 서약처럼 첫눈 맞춤이 영원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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