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몇 월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 엄마의 질문이 반복되었다.
언제까지 마음 아파하며 울고만 있을 수도, 후회하며 자책만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엄마가 오늘을 오늘이라고 인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런저런 시도 끝에 달력의 오늘 날짜에 [오늘]이라고 적은 작은 메모지를 붙이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엄마는 노란색 작은 종이를 보며 오늘의 날짜와 요일을 아침마다 확인했다.
그즈음 단골이 된 비빔밥 전문점이 있었다. 그 식당 벽에는 요즘은 보기 드문 일력, 하루가 지나면 종이 한 장을 찢어서 오늘을 표시하는 달력이 걸려있었다. 달력 아래쪽에 비빔밥집의 상호가 적혀있는 것으로 보아 그 식당의 자체 제작 상품으로 보였다. 그리고 연말이 되었을 때 마치 너 이거 지금 필요하지 않니?라고.. 알고 주신 것처럼 사장님으로부터 일력 한 부를 선물 받았다. 너무 감사했다.
[오늘]이라고 적힌 메모지와 일력의 효과는 적어도 엄마가 집에 머무는 동안 엄마에게 ‘오늘’을 인지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일력의 맨 앞장을 찢고 [오늘]이라고 적힌 메모 스티커를 해당 날짜에 옮겨놓는 것으로 우리의 아침은 시작되었다.
어느 금요일 아침 놀랍게도 [오늘] 스티커가 오늘에 있었다.
일어나자마자 달력을 보던 나는 잠시 멍해졌다.
일력이 오늘에 맞춰져 있고 달력의 포스트 잇도 정확하게 오늘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젯밤 내가 옮겨놓지 않았을까 떠올려 보았다.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월요일 아침 다시 [오늘] 메모지가 정확하게 오늘 날짜에 붙어있었다. 내가 옮겨놓지 않았음을 나는 확신했다.
엄마가 오늘 날짜를 인지한 걸까? 나는 엄마에게 오늘이 몇 월 며칠이냐고 물었고 엄마는 달력을 보고 답을 했다.
며칠 동안 나를 궁금증으로 채우던 달력의 오늘 사건의 정답은 TV였다.
이른 아침 TV를 켜면 TV 오른쪽 화면 위쪽에 날짜와 요일이 표시되고 있었다.
엄마는 TV를 보고 달력의 메모지를 옮기고 일력의 맨 앞장을 찢어냈던 것이다.
화면에 집중하며 종이를 옮기는 엄마의 손가락과 엄마의 몽글몽글한 뒷모습은 나의 웃음 버튼이며 동시에 희망으로 차오르는 눈물 버튼이기도하다.
엄마도 노력하고 있었다.
엄마의 시간을
엄마의 오늘을
엄마의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