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분 내로

by 혜원

우리는 여느 때처럼 백화점 푸드 코너에 앉아 저녁 메뉴를 고르고 있었다.

“어머머 이게 누구야! 여기서 다 만나네”

환한 얼굴로 엄마와 나를 향해 다가오는 분은 엄마의 오랜 지인이셨다. 만나 뵌 적이 삼 년도 더 된 터라 너무나도 반갑게 대화를 이어갔다.

저녁을 함께 먹자는 지인분의 제안에 우리는 메뉴를 생각하며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서로의 안부를 묻기에 바빴다.

엄마는 누군가를 만나면 할 말과 하지 않아야 하는 말을 정확하게 구분한다. 그러나 그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다.


현재 엄마의 사회성은 10분 컷이다.


어느 신나는 노래의 제목처럼 엄마와의 정상적인 대화는 ‘십 분 내로’ 끝내야 한다.

엄마가 지인분에게 지금 살고 있는 곳을 두 번, 세 번 거듭 물었을 때 지인분의 표정은 급격하게 굳어갔다.

“엄마.. 맞지?”

그리고 그분은 갑자기 점심 먹은 게 아직 소화가 덜 되었다며 총총 자리를 떠났다.

갑자기 일어서서 떠나는 그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엄마의 황망한 표정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리고 그분이 남긴 말씀도.

“넌 결혼도 안 하고 불쌍해서 어쩌니..”

엄마의 변화에 당황했을 것이고 외동이며 미혼인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이셨을 그분을 백분 이해한다.


그런데

불쌍하다...

어느 날은 길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하다 다른 사람으로 착각을 해버린 엄마를 앞에 두고 지인분이 말했다.

“어머 이 병에 걸리면 가족도 못 알아본다고 하던데 엄마는 딸은 아직 알아보는구나..”


엄마의 상태를 알게 된 사람들의 오고 가는 말들이 가시가 되어 마음에 박힌다.

나는 엄마의 증상을 모르고 인사하는 사람들과 엄마의 만남이 십 분이 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화살이 되어 가슴에 꽂히는 말들을 최대한 피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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