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이기적인

by 혜원

어바웃 타임, 미드나잇 인 파리, 나비 효과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주인공이 과거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한동안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과거의 시간 속을 헤매고 있었다. 엄마와 나의 순간들을 떠올리고 확인하며 엄마가 알츠하이머에 걸린 이유를 찾아보려 했다.


어느 날은 우리가 살던, 내가 돈을 벌어서 처음으로 구입했던 작은 빌라로 돌아가 있었다. 2인으로 구성된 가족이 살기에 딱 맞는 평형과 정남향의 따뜻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집, 엄마는 유난히 그 집을 좋아했다. 동네 사랑방인 세탁소와 슈퍼마켓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방 창가는 엄마가 항상 나를 기다리는 지정 장소였다. 멀리서 우리 집 창이 보일 즈음 나는 엄마의 얼굴이 나와있는지부터 확인하고 엄마의 모습이 보이면 뛰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여름이면 모기가 들어간다고 겨울이면 보일러로 데운 공기가 식는다고 창을 열고 내다보는 엄마에게 잔소리를 했다. 그때 나는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 엄마 많이 기다렸지..


어느 날은 내가 갑상선을 절반 잘라내야 했던 수술실 앞으로 돌아가 있었다.

내가 편도선 수술을 받고 마취에서 깨어나던 회복실,

열이 펄펄 끓는 나를 업고 뛰어가다 움직임 없는 나의 무게에 흠칫 멈춰 서서

나의 이름을 작게 부르던 엄마의 발걸음이 바빴던 골목길,

그리고

배우자를 사고로 잃고 홀로 나를 낳아 누워 있던 엄마의 병실.


어릴 때부터 기관지염을 달고 살았던 나는 한밤중에 열이 나는 일이 많았다. 여섯 살 즈음으로 기억한다. 엄마는 그날 밤 눕지도 못하고 내 옆에서 나를 지키고 있었다. 그날은 엄마가 동네 지인에게 돈을 빌려주었다가 그들이 야반도주를 한 걸 알았던 날이라고 했다. 하필 나는 그날 또 아팠을까..


엄마의 병은 나만 바라보고 사는 엄마의 시선을 제대로 눈 맞춤해주지 않은 내 탓이었다.

엄마의 병은 어쩌면 기다림과 외로움에 지쳐 이제는 엄마를 좀 바라봐 달라는 처절한 절규였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1년을 울고 다녔다. 자책이 깊어져 스스로에게 매일 상처를 내며 어쩌면 나는 엄마의 증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던 것도 같다. 그런 나를 과거의 굴레에서 끄집어낸 건 아이러니하게도 엄마였다.


너 왜 울어?

나는 엄마가 엉뚱한 말을 하거나 왜곡된 말을 할 때마다 눈물을 쏟아내었다. 그런 나를 보는 엄마가 물었다.

"너 지금 나 때문에 우는 거야?"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나 때문에 못살겠다고 괴롭다고 우는 거야? 도대체 우는 이유가 뭐야?"


나는 원래 감정 섞인 눈물과 친한 사람이 아니었다. 엄마는 항상 내가 너무 냉정해서 정이 없다고 했다. 엄마의 질문에 순간 당황했던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내가 지금 흘리는 눈물의 의미가 정말 순수하게 엄마에 대한 안타까움인지

엄마의 증상을 알아차리지 못해 지금 불편함을 겪는 내 인생에 대한 연민인지


내가 바로 잡고 싶은 과거를 떠올리고 자책하는 건

엄마를 위해서인가

나를 위해서인가

.

.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결국 나를 위해 울고 있었던 거였다.

엄마에게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뼛속까지 이기적인 딸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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