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알츠하이머

by 혜원

돌이켜보면 내 인생은 단 한 번도 계획대로 된 적이 없었다. 물론 계획형 인간이 아니기에 제대로 된 계획을 세운적도 없지만. 이런 나의 인생에 계획이란 게 찾아왔다.


엄마보다 삼일 아니 적어도 하루는 더 살아남기

-그래서 엄마 홀로 지구에 남겨지는 일이 없도록


한 주에 두번 등산을 하고 365일 정확한 시간 아침상을 차리는, 이미 다림질까지 마친 깨끗한 옷을 아직 자고 있는 내 머리맡에 준비하는 부지런이 일상인 엄마.

밤 12시부터 시작되어 새벽으로 이어지는 적막함을 즐기며 알람소리에 겨우 눈을 뜨는 평생 기관지 염증과 알러지를 달고 사는 게으름이 일상인 저질체력의 나.


내 주변의 모든 것을 윤기나게 쓸고 닦고 가꾸는 엄마로 인해 나의 삶은 여유롭고 우아했다. 우리는 주말이면 유명 맛집을 찾아다니고 백화점에서 쇼핑을 했다. 나는 그저 돈만 벌어오면 되었다. 그렇게 유유자적 영원히 살 줄 알았다.


그 해 여름 엄마의 이불아래가 음식과 과자 부스러기로 뒤덮인걸 발견하기 전까지.


알츠하이머입니다

MRI와 혈액검사결과를 기다리는 며칠 동안 우리에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나뿐인 딸에게 부담이 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로 건강을 지키려고 노력하던 엄마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그럼 그렇지. 어쩌다 이불 터는 걸 잊은걸거야. 나는 애써 불안한 마음을 잠재웠다.


알츠하이머가 맞습니다


기존 콜레스테롤 관리약에 새로운 약이 추가되었다. 그 후 엄마의 일상이 무너지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비혼으로 살아서 겪지않아도 되었던 살림과 육아를 뒤늦게 시작해야했다. 그 서투름에 후회하며 울어도 소용없었다. 엄마의 증상은 나에게 감정의 사치를 허용하지 않았다. 나는 게으르고 편하기만했던 내 삶과 작별을 고해야만 했다.


홀로 나를 낳아 단 한 순간도 나를 외롭게 하지 않은 엄마의 남은 날들이 평온하도록

나의 삶을 빛나게 하던 엄마의 일상이 초라하지 않도록

게으르고 편안함에 길들여진 나를 바꿔야 했다.


이 계획이 성공 할 지 실패 할 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엄마의 기억이

엄마의 건강이

엄마의 시간이 허락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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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