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나는 이 구역의 소문난 껌딱지 모녀다.
토요일 아침이면 sns에서 발견한 혹은 누군가에게서 습득한 정보로 알게 된 맛집을 향해 차를 몰았다. 어느 날은 성공 어느 날은 대실패. 음식이 맛있고 식당 분위기가 좋으면 우리는 그 식당의 충성스러운 단골 고객이 되었다.
그날도 우리는 만족스러운 점심식사를 위해 아침밥을 가볍게 먹고 집 청소를 간단히 한 후 단골 고깃집으로 향했다. 100석이 넘는 규모의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식당은 5년 넘게 다닌 단골 맛집이다. 엄마와 나를 알아보는 익숙한 직원들 덕분에 우리는 바다와 산이 함께 보이는 아늑한 좌석을 항상 이용할 수 있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 식사는 성공적으로 끝났고 간단한 쇼핑을 한 후 엄마가 좋아하는 0.5샷의 커피와 저지방 우유가 들어간 라테를 마셨다. 저녁식사를 위해 샌드위치 두 팩을 사서 집으로 들어와 샤워를 하고 저녁 약을 챙기던 나에게 엄마가 물었다.
우리 왜 고기 먹으러 안 가는 거야?
바로 다음 주말 다시 방문한 고깃집에 앉자마자 나는 사진을 찍고 엄마가 식사하는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저녁이 되면 낮에 일어났던 일을 잊어버리는 엄마에 대비해 완벽한 준비가 필요했다. 예상한 대로 왜 고기를 먹으러 가지 않느냐는 엄마의 질문이 이어졌고 나는 기다렸다는 듯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아니거든. 우리 갔다 왔거든"
엄마는 전화기 쪽을 잠시보다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거 옛날에 찍은 거잖아. 왜 우리 단골 집 고기 먹으러 안 가는 거야?"
"아니야 엄마 여기 날짜 봐봐. 오늘이잖아"
촬영한 날짜와 시간 장소까지 나오는 스마트폰의 기능이 새삼 고마웠다.
"너 내가 나이 들어서 이제 정신없다고 거짓말까지 하는 거야?"
나는 돈을 아끼느라 엄마에게 고기를 사주지도 커피를 사주지도 않는, 더 나아가 자식에게 물려줄 게 없는 엄마를 무시하는 나쁜 딸이 되어 있었다. 현미식을 실천하며 1년에 10킬로그램을 감량하고 혈압을 정상으로 관리하던 엄마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알츠하이머는 치료가 되지는 않지만 약을 복용하면 증상을 늦출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약 덕분에 엄마는 더 이상 나빠지지는 않을 거라는 나의 예상은, 나의 믿음은 그러나 완벽한 착각이었다.
나에 대한 분노로 원망을 쏟아내는 낯선 엄마를 보는 나의 눈에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