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익룡들에게 아니, 안돼, 하지 마.라는 말 대신
지금 하는 행동의 결과를 알려주고
다음 선택은 아이들 몫으로 두고 있다.
그 선택에 나의 압력이 들어가지 않도록 최대한 힘을 빼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평소에 하지 않았던 사고회로라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 한참을 생각해야 하고
아이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을지도 고려해야 하기에
여간 까다롭게 느껴진다.
제일 답답한 건 아이가 액션을 취하고 있을 때 바로 “아니!!!” 하고 소리치지 못한다는 것.
나의 말과 감정에 영향을 많이 받는 큰 아이는
벌써 변화를 알아차리고는 오늘 아침에 이야기했다.
“엄마, 엄마가 뭔가 많이 바뀌었어,
무조건 안돼, 아니,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설명을 잘해주는 것 같아 “라고..
‘귀신같은 놈...’
막둥이에게도 이 화법이 잘 먹혀서 큰 소리를 내거나 크게 보챙일이 없어서 평화롭게 지내고 있었는데
오늘 오후에 천둥 번개가 쳤다.
화요일은 피아노 끝나고 친구와 간식 사 먹고
30분 정도 놀다가 태권도에 간다.
비가 와서 친구랑 간식만 사 먹고 집으로 온다던 녀석이
집에 오지 않고 놀이터에서 놀다가 도장으로 바로 간 모양이다
아직 휴대폰이 없어서 위치추적기와 도장 선생님으로부터 확인을 받았다.
‘화내지 말자, 노력이 물거품 되지 않게,
아침에 아이가 한 말을 기억하자 ‘
사고회로를 돌리며 어떻게 이야기를 할까 정리하는데
아이가 들어왔다.
수고했어~ 잠깐 앉아봐
아까 피아노 끝나고 엄마한테 전화했을 때
뭐라고 했는지 혹시 기억나?
-........
‘친구랑 간식창고 갔다가 집으로 온다고 얘기하겠지?’
-응... 우리 엄마 말 진짜 많다고.....
어?
-우리 엄마 말 진짜 많네라고 했어..

아니 이게.. 무슨 상황인가.
당연히 간식창고 갔다가 집에 온다고 했는데 까먹었다고 말할 줄 알았는데 이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통화 당시 못 들은 말인데?
그런데 이야기하며 직접 들으니 너무나도 속이 상했다.
엄마의 걱정이 말이 많은 걸로 느껴지는구나 이제는
감정이 정리되고 나니까 인정이 된다.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너는 어떻게 할 건지 계획이 다 있지만
엄마는 너의 계획을 몰라서 불안할 수 있잖아.
미안하지만
너도 말이 많아. 이 피가 어디 가니?
나의 말과 감정에 영향을 받는 생명이
둘씩이나 있고
유년시절 부모로부터
사랑을 배운 것이 없어서
뼈를 깎는 노력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그 노력이 물거품처럼 터지는 것을 느껴버려서
너무나도 허망하지만
동시에 강력한 희망을 보았다.
빠릿빠릿하게 돌아간 사고회로.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할까
고민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파바박! 돌아간 나의 뉴런들에게
더 큰 기대를 걸어볼 거다.
거품은 퐁 하고 터질지 모르지만
공든 탑이 무너지랴!
오늘부터 다시 쌓으면 되지.
그래,
아들새끼한테 받은 상처보다
내가 아들한테 준 상처가
훨씬 크고 많다는 걸 잊지 말고
내일은 내가 먼저 아들을 보고 웃어주는 거다.
보란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