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을 적엔 가만히 머물러있으면 안 되는 건 줄 알았다.
가진 능력도 없고,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꿈을 지지해 줄 든든한 뒷배도 없었는데 말이다.
지금은 머무르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인정”
현 상황을,
나의 감정을,
내가 바라보는 시각을,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나와 함께하는 이들의 마음을 인정하는 것.
인정하기 위해 “노력”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각 안에 들어오는 것들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 아니라
큰 파도 속 깊은 바다는 고요한 것처럼 인정함으로 고요함을 찾아가는 것이 “머무름”이라는 것을 체득하고 있다.
곧 마흔, 불혹.
불혹이라는 뜻을 혹시 아는가?
“미혹되지 아니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무엇으로부터 미혹되지 않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만.
지금까지 39년을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일에 미혹 됐다가 돌아 온 경우들이 허다하다.
지금은 어떠하냐고?
단언컨대 가장 안정적이고 만족스럽다.
머무름과 인정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은
굵직한 아픔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 힘으론 절대 어찌할 수 없었던 일들.
불 가 항 력 적 인 사 안 들
결혼 반대극복,
둘째 아이와의 사별,
큰 아이의 심리치료,
나의 우울증,
우리 남편의 암선고, 등
이 모든 것들이 불안을 max로 품고 사는 나에겐 이런 메시지로 들렸다.
‘봐봐, 이 중에 네가 해결할 수 있는 게 있었어? 없지?
그러니 그저 머물러 있어.. 너는 그저 살아만 있어..
그거만 하면 돼.. 그거만 해도 가장 큰 일을 해내고 있는 거야..
지금은 하나도 와닿지 않겠지만 살아주는 것이 지금 너에게 가장 큰 일이야... 그러니 살아만 있어.. 내가 할게..’
이 역시도 시간이 지나서야 깨닫게 된 거지만
내 힘으론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닌 것들임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덕에 지금은 태양이 잠깐 구름에 가리어질 때면
불안함이 덜 한 채로
머무름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인정”도 하게 됐다.
그래, 나는 살아내는 것이 사명인 사람이구나.
나만큼 유리멘털도 없는데..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겪으면서도
살아있는 걸 보면
살리시는 거고, 살아내는 것이 사명인 사람이 맞다고 인정하게 된다.
삶은
반짝이든 반짝이지 않든
그 자체로 의미가 있고 귀한 것이기에
힘들 땐 머무르고, 달릴 수 있을 땐 또 달렸다가
숨이 차면 잠시 쉬고,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걷는 여유를
마음껏 즐겼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