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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눈사람을 만들어야지, 눈사람이 돼버리네….

by 효돌이작까야


엄마! 이따 6시에 눈 온데!!!


음, 놀고 싶다는 이야기군.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


그리고서는 6시 조금 넘어서 정말 눈이 오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훠어어어얼씬 많이!

문자가 온다. “서울. 대설주의보. “

와, 올 것이 왔다!!!!!


숙제를 다 마친 큰 아이가 보채기 시작한다. 엄마!!! 나가도 돼? 먼저 나가있을게!!!

블로그에 글을 하나 올리고 막둥이를 데리고 나갔는데 하얗게 펼쳐진 설원에 감탄이 나왔고,

그 안에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노는 큰 아이의 모습에 나가는 걸 허락한 내가 너무나도 대견했다.


아이 둘을 데리고 나갈 만큼의 체력이 바쳐주는 현실도 너무나 감사하다.

우울증이 있을 땐 꿈도 못 꾸었던 지금의 시간이니까.

4시만 되면 땅이 나를 빨아들이는 느낌에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만 있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이불을 박차고, 침대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간다. 얼마나 감사한지.


아파보니 알겠다. 일상을 살아내는 힘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이 든다.

우리가 잘 살아내고 있기에 그것이 얼마나 많은 힘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지 못 느끼는 것일 뿐…


눈을 보며 아름답다.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아이들과 함께 눈 오리를 만들 수 있는 것,

누군가가 웃을 때 함께 웃을 수 있는 것,

누군가 울 때 같이 울어줄 수 있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일상이면서도 참 특별하다.


우리 아이 둘은 눈사람을 만들고 싶다더니, 눈사람이 되고 싶었었나 보다.

아무 걱정 없이 눈을 보면 드러눕고, 비가 오면 맞고, 잔디를 보면 구르는 아이들의 순수함이 유지되었으면 참 좋겠다….


오늘 나의 행복은 우리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이다. 이 행복을 계속해서 느끼고 싶다. 건강하자. 그러기 위해 건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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