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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는 잘못한 게 없어.

뭐야, 박연진 대사인 줄

by 효돌이작까야

아, 오늘 큰 아이에게 크게 한 방 먹었네.


아이의 나이 숫자가 커 갈수록 느끼는 부담도 함께 커지는 것 같다.

부모력은… 언제 레벨업 할 수 있는 걸까?


아이가 수학 단원평가 오답 노트를 쓰고 있는데 집중하지 않고 흐트러지는 태도에 화가 났다.

틀린 문제들을 보고 있는데 조금만 집중해서 풀었으면 맞출 수 있는 문제들이라 더 화가 났다.

오답 노트를 적으면서 감정은 점점 쌓이고, 피곤한 아이의 몸은 점점 늘어져간다.


겨우겨우 숙제들을 마치고 막둥이를 보고 있는데.. 눈치껏 혼자 놀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애처로워

얼른 달려가 챙겨주었다.


그 모습을 보더니만 큰 아이가 이내 울어버린다.


“애기한테는 다정하고… 나한테는 뭐라 그러고…”

-“뭐?? 애기는 잘못한 게 없잖아! “

“나도 잘못한 거 없어”


아차…. 정말 아차….


순간 머릿속에선 아이가 잘못한 일이 뭐가 있지? 하고 정리하는 회로가 마아아아아악 돌아갔다.

그런데 정말 없었다. 그저 아이의 태도에 화가 난 것일 뿐.


영어학원, 수학학원을 가지 않고 집에서 봐주고 있다.

그렇기에 단원평가 점수는 나를 평가하는 느낌이 든다.


조금 더 꼼꼼히 봐줄걸.. 미리 준비를 더 시켜줄걸.. 챙겨줬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었을까… 아휴..


후회하면 뭐 하겠나, 이미 뱉어진 말. 주어 담을 수 없는 말.

아이에게 진심을 담아 마음을 이야기하는 수밖에.

어떻게 마음을 전할지 생각을 정리해 본다.


엄마의 말에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 큰 아이.

한숨을 쉬면

“엄마~ 그냥 숨 쉰 거야.. 한숨 쉰 거야?” 하고 물어보는 아이.

네일아트를 하고 오면 찰떡같이 알아보고, 볼터치 색이 바뀌어도 알아보고,

엄마에게 관심이 많아서 뭐가 하나 바뀌면 기가 막히게 알아보는 아이.

감정의 흐름과 변화도 민감하게 캐치하는 섬세한 아이라 그게 참 버겁게 느껴진 아이.


비교대상이 생겨서.. 더 조심하고 존중해줘야 하는데 놓치고 있었구나 아이고 참.


아이 둘을 키운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 같다.

나같이 종지 그릇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말이다.


감사한 건 바다와 같은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 보내주셨으니 진심을 담은 사과를 준비하여 전해야지 않겠나.

그리고 변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서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너희들이 매일 아침 나를 받아주는 것처럼.


그래. 엄마가 노력하마. 해야지 그럼. 하나뿐인 내 새끼들 위해 해야지.

엄마가 해낼게!



루똥아.

어제 애기한테는 다정하게 이야기하고, 너한테는 무섭게 이야기해서 서운했다고 했잖아.

엄마가 곰곰이 생각해 봤어. 왜 그랬을까.

그리고 루똥이가 잘못한 게 없다고 한 그 말도 곰곰이 생각해 봤어.

그래, 수학문제를 틀린 게 잘못은 아니더라. 누구나 틀릴 수 있는 거니까.


엄마가 왜 화가 났었는지 생각해 봤는데 엄마 생각엔 네가 조금만 꼼꼼하게 문제를 보고,

이 답이 맞는지 한 번만 더 확인을 했다면 충분히 맞을 수 있는 문제들을 틀려서 화가 났었더라고.


이 부분도 화를 낼 것이 아니라 너에게 가르쳐줘야 할 부분인 건데 엄마가 미흡했지. 인정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려고 해. 같이 노력해 보자.


루똥아. 어제 엄마한테 너의 생각을 명확하게 이야기해 줘서 고맙고 그 덕분에 너한테 사과해야 된다는 걸 느꼈어. 미안해.

앞으로는 너한테 뭘 가르칠 때 어제와 같은 일들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할게.

엄마가 깨달을 수 있도록 강력한 펀치를 날려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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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