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행복하지 않다.

또 마주하게 된 최악의 나.

by 효돌이작까야

1. 협박

“엄마가 한 말이 나에게는 협박으로 들려”

이 한마디가 또 나를 무너뜨렸다.

큰 아이가 나에게 한 말이다.

이렇게 이야기가 나오게 된 이유는

수영학원을 마치면 함께 다니는 친구와 한 시간가량 놀이터에서 논다. 하지만 비가 와서 오늘은 놀지 못했다. 왜 놀지 못하는 거냐며 엄마 때는 비가 와도 맞으면서 놀지 않았냐고 놀고 싶다는 거다.

나의 의사뿐만 아니라 친구 어머니의 의사 역시 다음 기회를 누리자였기 때문에 아쉽지만 어쩌겠느냐고, 비가 와서 못 노는 거지 평소에는 꼭 놀지 않았느냐고 이야기하고 집으로 올라가려는데 또 한 마디를 던진다.


“오늘은 저녁밥으로 뭐 해줄 거야?, 나는 초밥 먹고 싶은데..”


남편이 아픈 이후로 음식에 더 예민해진 나는 웬만하면 바깥음식보다는 집에서 해 먹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아이가 뭘 먹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면 일단 날이 선다. ‘하.. 또 뭘 얘기 할라고.. 뻔하지 뭐, 피자? 햄버거? 뭐. .대체 또 뭐..‘ .....


더불어 이번 주엔 이미 외식을 했기 때문에 추가 지출을 줄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먹고 싶으면 네 돈으로 사 먹어”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는 막내 먹일 밥을 준비하는데 큰 아이가 오더니 엄마의 말이 협박으로 들린다는 거다.


너무 기가 막혔다. 정말.

협박이 무슨 뜻인지는 알고 쓰는 걸까?

쟤는 어떻게 나를 자식 협박하는 이상한 인간으로 만들지?

내가 친정아빠에게 했던 말을 자식에게서 듣고 있네?

얘 눈에는 내가 그런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눈이 돌아갔다.


앉아서 아이에게 말했다.

협박? 그게 왜 협박이야.

너 협박이 뭔지는 알아?

내가 너한테 집밥 안먹으면 죽여버린다고 했어? 아니잖아. 그리고 먹지 못하게 할 거였으면 “안돼”라고 말했겠지.

너는 엄마를 아들내미 밥도 못 먹게 하는 사람으로 만드는구나?

정말 실망스럽고 속상하다. 엄마를 그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거니까.

하면서 내 감정을 퍼부어버렸다.


진짜 최. 악.

나는 정말. 구제 불능인가 보다.

역하다. 내 자신


2. 잠

아이에게 퍼붓고 나니 격해진 감정에 손도 떨리고 너무너무 속상해서 모든 걸 단절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선택한 게 안방에 들어와 자는 것.

아이도 내가 차려준 밥을 다 먹고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며 쳐다도 보지 않는다.

해야 하는 숙제들이 있음에도 하지 않는다.

그 꼬락서니를 보고 있느니 잠을 청하겠다 싶어서 누워 눈을 감아버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씩씩거리며 막내 밥을 먹이고 있을 때 남편에게서 온 메시지를 다시 본다.

그래, 당신은 좋겠다. 바로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서

나는 자격지심에 전 사람이라 애한테 감정만 쏟아붓고 애보다 더하게 행동한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곱씹어 읽으면서는 내가 가져야 할 태도가 보였다.

“알려 주는 것”

침대에서 일어나 마음을 다잡는다.

‘알려줘야겠다. ’

거실로 나가 뭐 하고 있나 보니

숙제는 여전히 할 생각이 없고 (평소에는 알아서 하는 편) 실내자전거를 연신 타고 있다.

자꾸 주댕이에서 “너, 숙제 안 해?”라는 말이 튀어나오려고 하기에 화장실 가서 마음을 다스리고 다시 마주한다.


“얘기 좀 하자”


3. 대화

그렇게 아이 방에서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시작은

“엄마가 아까는 협박이라는 말을 듣고 너무너무 속상하고 화가 나서 ”생각“이라는 걸 할 수가 없었어.

시간이 지나고는 협박이라고 느낀 너의 마음을 인정해줬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미안해. “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아이는 “엄마 나도 엄마를 오해해서 미안해”라고 말한다.

아이에게 물었다. “너 협박이라는 게 무슨 뜻인지는 알고 쓴 거야?”

아이 : 절레절레

내일 공부할 때 “협박”이 무슨 뜻인지 찾아보길 바라.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사용하는 말에 다른 사람들이 상처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

어쨌든 너의 속상함을 받아주지 못한 거 미안하게 생각해. 미안해.

그리고 아까와 같은 상황에선 ”먹지 말라고 하는 협박 같아 “ 보다는 “먹지 못하게 해서 너무너무 서운해.”

그리고 네가 말한 대로 “나는 어떻게 배달시켜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내 돈으로 사 먹어?”하고 말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라고 말했다.


아이도 사과하고 나도 사과했지만,

여전히 나는 최악, 저질이 되어 있는 것 같다.


참, 힘드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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