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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은 결국 아이 이야기지 뭐.

by 효돌이작까야

오늘 아침.

휴대폰에 까똑! 이 울린다.

“나 오늘 쪼꼼 늦을 것 같아ㅠㅠ”


같은 아파트에 사시는 사랑스러운 케이리다.


당신 아들이 우리 아이를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친이모처럼 챙겨주시는 분.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던 터라 무슨 일이 있으신가 싶어

얼른 전화를 드려봤는데 여차저차해서 아침이 무지 바쁘셨다고.


한 시간 뒤면 약속시간인데, 지하 주차장에서 40분을 통화하고

각자의 집으로 올라가 15분 동안 씻고, 꾸민(?) 뒤

다시 만나 약속 장소로 갔다.


주차장에서 나눈 이야기는 아이들 이야기였다.

우리 아이들은 1학년때 같은 반이었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 우리 동네에서 유명한 일공삼이다.

내년에 복직을 앞둔 케이리가

그의 아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지내는 상황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우리다.


그들은 수학숙제의 폭풍우 속에 난항을 겪으며 지내다

날카로운 결단으로 키를 잡은 케이리 선장님 덕분에 곧 안전한 목적지에 도착하게 될 것 같다.


폭풍우 속에서 난항을 겪을 때

선장과 선원은 서로가 적이 되면 안 된다.

동료이기에 믿음을 가지고 서로를 바라봐야만 한다.

그리고 선장은 선원을 나무라서는 안된다.

바다의 파도가 높은 것은 선원의 선택으로 인한 결과가 아니기에.


하지만 파도가 높아서 위험함을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원이 그것을 즐겨보겠다, 혹은 이겨내 보겠다는 선택을 했다면?

목숨이 위험하지 않은 바운더리 안에서 해보라고 믿어주는 것도

선장이 기꺼이 내어주어야만 하는 아량이라고 생각한다.


왜? 선원도 언젠가는 자신의 바다를 누려야 하니까.


지금이야 불안해 보이고 버거워 보일 수 있지만

선원이 힘들어하고, 벅차할 때

그 힘듦을 아무 말 없이 든든하게 백업해주는 선장이 필요하다.


바다의 파도는 선장이 다 막아줄 수 없기에.


인생이라는 큰 바다에

어떤 파도가 칠지 모른 지만.

부모인 우리는 아이를 바다에 두는 것이 늘 불안하기만 하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걸음마를 떼는 그 순간부터

엄마를 향하기보다, 엄마를 등지고 세상을 향해 앞을 보고 걸어간다.

그러니 그 발걸음을 응원해 주고,

밟아도 무너지지 않는 튼튼한 지지대가 되어주자고 다짐해 본다.


혹, 큰 폭풍우나 해일에 덮쳐

산산조각이 난 배와 함께

크게 다쳐 돌아오게 되더라도

엄마인 나는

바다보다 깊고,

하늘보다 크고 높은 사랑으로 품어

다시 바다로 돌아간다고 하면,

돌려보낼 용기를 심어 줄 것이다.


꼭, 그렇게 할 것이다.

선장인 나를 보고, 자라 바다를 사랑하게 된 아이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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