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칠 때 떠나라!
2017년 4월, 6년 동안 일했던 방송작가 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사실 몇 번이나 그만뒀어야 했는데 오기로 붙잡고, 버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터질 게 터지고 말았다.
"현재, 당신의 증상은 공황장애와 비슷합니다"
공황장애란, 특별한 이유 없이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는 극단적인 불안 증상을 말하는데,
요 며칠 내가 좀 이상했다는 게 이 이유라면 납득이 갔다.
이 병의 특징은 매일 같이 나타나는 건 아니라는 게 특징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하고, 사람들도 똑같이 만나는데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숨이 안 쉬어지는 현상이 아주 조금씩 나타나고 있었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 제일 좋아하고, 그걸로 인해 활력소를 얻는 나인데 사람을 못 만나다니, 사람들과의 만남을 내가 피하다니 참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방송가 사람들은 우리들의 직업을 3D 직업이라고 불렀다.
Difficult(어렵고), Dirty(더럽고), Dengerous(위험하고)
멀리서 보면 화려하고, 멋있는 직업이었지만, 가까이서 보면 온갖 힘든 건 다했다.
매일 밤샘은 기본이었고, 출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퇴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았고,
퇴근을 했다고 하더라도 집에서 일하는 건 기본이었고, 필수였다.
한 마디로 이 일을 사랑하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었다.
나는 이 일을 너무나도 많이 사랑했기에 견딜 수 있었고, 모든 걸 포기할 수 있었다.
친한 선배 언니 결혼식에선 자료조사를 했고, 사촌오빠 결혼식에선 자막을 썼고,
남자 친구와의 데이트에선 노트북이 필수였지만, 그만큼 이 직업이 매력이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난 살려면 포기해야 했다. 도망쳐야 했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처럼 난 떠나야만 했다.
그리고 한참을 고민 끝에 워킹홀리데이라는 좋은 핑계로 도망갈 구실을 만들어 난 2018년 10월 뉴질랜드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