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비추는 빛
나는 조명을 다룬다.
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리며 무거운 전동 드라이버를 쥐고, 천장 속에 숨은 전선을 꺼내어 잇고, 마침내 공간을 밝힌다. 사람들의 눈에는 단순한 노동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은 언제나 내 몸 전체를 긴장 속에 던지는 일이다. 앙카를 박아 넣는 손가락의 인대에는 염증이 차오르기도 하고, 허리와 다리는 균형을 잡느라 힘겹게 버틸 때가 많으며, 빛을 만들어내는 구멍 속에서 나온 석고가루가 눈을 찌르기도 한다. 때로는 좁은 공간에 몸을 비틀어 넣어 버텨야 하고 무거운 조명을 들고 팔을 끝까지 뻗어 올려야 한다. 호흡은 가빠지고 근육은 미세한 떨림으로 저항한다. 그럼에도 나는 손을 멈추지 않는다.
그 과정을 통과해 불러온 빛은 곧바로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든다. 저녁 식탁 위에 놓인 그릇들을 드러내고 책상 위의 글자들을 선명하게 비추며 거울 앞에 선 얼굴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그 빛은 밥을 먹게 하고 글자를 읽게 하며 서로의 표정을 확인하게 한다. 누군가의 삶에서 당연한 듯 존재하는 그 한 줌의 빛은 사실 내 몸이 감당한 무게와 긴장의 결과다. 그러나 그 빛을 가능케 한 몸의 흔적은 남지 않는다. 빛은 환하게 드러나지만 그것을 낳은 몸은 그림자 속으로 물러난다. 불빛 아래 있는 사람들의 눈에 그 불을 밝히기 위해 어떤 손이, 어떤 어깨가, 어떤 발목이 견뎌야 했는지가 보이는 것은 아니다.
철학은 보통 언어와 개념으로 세계를 설명한다. 하지만 내가 아는 세계는 언어로 다 닿지 않는 곳이다. 미세한 감각을 느끼기 위해 보호용 장갑을 벗어던진 손끝, 균형을 잃을까 긴장하는 발목, 바닥에 떨어지는 민망한 땀방울, 작업이 끝나면 온몸에 남는 묵직한 피로. 철학의 언어가 미처 붙잡지 못하는 세계를 내 몸은 매일 경험한다. 책상 위에서 개념을 배열하는 대신, 나는 전선의 매듭을 풀고 금속의 차가움을 느낀다. 사다리 위에서 몸의 무게중심을 조절하는 순간, 나는 세계가 몸을 통해 어떻게 구성되는지 온몸으로 이해한다. 그러니 내가 철학을 한다면, 그것은 추상적 이론이 아니라 노동 속에서 어둠과 빛을 오가며 얻은 감각일 것이다.
나는 여전히 사다리 위에 오르고, 팔을 뻗어 전선을 만지며 또 다른 방의 불을 밝힐 것이다. 사람들의 눈에 그 행위는 일상의 사소한 기술로만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나에게 그것은 곧 삶의 사유이고, 세계와 연결되는 방식이다. 어쩌면 이 글을 쓰는 일 또한 같은 행위일지 모른다. 문장을 하나하나 쌓아 올리는 일은 마치 천장에 구멍을 뚫고 조명을 고정하는 과정과 닮아 있다. 글자는 나사와 같고, 문장은 전선과 같다. 그것들을 연결해 빛을 끌어오는 순간, 누군가의 삶 속에 작은 밝음을 건네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이 지나면 나는 다시 그림자 속으로 물러난다.
몸은 세계의 빛을 붙잡아 타인에게 건네는 매개체다. 손끝의 감각과 어깨의 긴장, 허리와 무릎의 균형은 단순한 육체적 행위가 아니라 세계를 열어젖히는 열쇠이다.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고 내가 철학을 통해 남기고 싶은 말이다. 노동은 단순한 생계의 수단을 넘어 세계를 감각하고 이해하는 하나의 언어이며 내 몸은 그 언어를 매일 새롭게 말해낸다.
내가 매일 다루는 빛은 단순한 조명이 아니라, 세계를 붙잡고 건네는 나의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