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으로 우쿨렐레를 연습하다 레슨까지 받게 된 계기는 우리 딸, 딸기 덕분이다. 딸기는 집에서 하는 독서수업과 방과 후 영어교실을 제외하고는 학과 공부를 가르치는 학원에 다녀본 적이 없다. 달브와 나는 딸기가 공부를 잘하기보다는 하고싶은 걸 스스로 찾아서 하는 아이이길 바랐다. 그래서 지금까지 배운 것이 춤과 요리 그리고 수영이었다.
언젠가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했을 때였다. 딸기와 잘 맞는 선생님을 찾으려고 동네 피아노 학원 네 곳을 돌며 상담을 받았다. 그런데 마음 가는 곳이 없다고 해서 결국 등록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 그런 딸기가 어느 날 드럼을 배우고 싶다고 선언한 것이었다. 이 기회를 다시 놓치면 안 되겠기에 곧바로 두 곳을 알아보고, 상담 전화를 걸었다.
다양하고 풍성한 딸기가 되기를
그때가 토요일 점심 12시였고, 방금 잠이 깬 듯한 분의 목소리와 연결이 되었다. 직장인과 시차가 다른 음악인의 잠을 방해했구나 싶어 아차 하던 순간, 목소리는 잠을 떨쳐내고 일단 만나서 상담하자는 말을 건넸다. 연습실을 둘러본 딸기는 흡족한 눈치였고,레슨 외 시간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아라 했다.그렇게 나도 딸기와 같은 시간에 우쿨렐레 레슨을 받기로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딸기는 제 앞에서 연주 영상은 절대 보지 말라고 질색을 하면서도 한껏 즐기는 모양새다. 학교에서 '천재 드러머'라고 귀여운 놀림과 주목을 받기도 하고 '드럼 치는 선배'를 찾아오려는 후배들도 있다고 한다. 교내 밴드 만들기를 꿈꾸고 있어서 베이스를 치는 친구, 보컬을 하는 친구를 섭외하는 중이다. 딸기의 친한 친구도 같은 학원에서 보컬 수업을 듣게 되었고 주말에 연습실에 함께 다니며, 두 선생님의 지도 아래 컬래버레이션을 준비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밤, 우쿨렐레를 메고 악보와 드럼스틱을 들고서 우리는 함께 레슨실에 간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각각의 선생님과 함께 음악에, 악기에 자신을 맡긴다. 드럼 선생님은 딸기의 취향을 읽어주고, 딸기가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함께 들으며 연주법을 알려주신다. 우쿨 선생님은 내 하찮은 연주에 처음부터 끝까지 귀를 기울여 주고, 멋진 기타 연주도 들려준다. 이렇게 각자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우리를 단단하게 하고 또 뭉치게 하는지.
레슨이 끝나고 다시 만나면 우리만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눈썹이 살짝 올라간 채 눈망울은 또렷해지고, 어깨는 뒤로 한껏 펼쳐진 상태가 된다. 집에 돌아오는 길은 할 말이 더 많아지는 것이, 그날 배운 곡들에 대해 얘기하고 들어주기 바쁘다. 매주 월요일 늦은 밤 골목길, 그날의 연주가 성공작이든 실패작이든 우리는 가로등 조명 아래를 지나며 말랑말랑한 무드에 취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