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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ia young Sep 27. 2024

5도 2촌(4도 3촌)

7. 소소한 가을걷이

가을은 결실의 계절, 수확의 계절.

우리 작은 텃밭에도 수확의 기쁨을 안겨주는 가을걷이 행사를 하게 되었다.


요즘은 텃밭 일구는 취미 갖은 사람들도 많고 잘하는 사람들도 많은 거 같은데 그에 비해 우리 텃밭은 보잘것없고 마구 자라는 애들을 어떻게 건사하고 다듬어 줘야 하는지도 몰라 자유분방하게 벌레들과 함께 나눠 먹는 텃밭이 되었다.


작년 봄.

상추, 깻잎, 아삭이고추, 치커리등 쌈채소 위주로 텃밭을 가꾸던 우리는 조금 욕심이 생겼다.


고구마를 심어보자!


친정엄마가 포대자루에 흙을 받아 고구마를 심어보라고 알려주셔서 텃밭 귀퉁이 공간에 두 포대 심어 두었더니 잎이 무성해지며 포대자루를 덮어 버렸다.


이 계절이 되면 고구마순 김치가 맛있다며 TV정보 프로그램에서 얘기하는 걸 보며 무성해진 우리 고구마순이 눈에 들어왔다.


고구마순을 잘라내서 먹으면 고구마가 안 크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도전해 보기로 했다.


손톱밑이 까매지도록 다듬어 만든 고구마순 김치는 별미였다.


우리가 키워 만들어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날이 선선해지며 포대 안에 고구마가 생겼을까 너무 궁금해졌다.


고구마포대를 열어볼 디데이를 정했다.


추석연휴 친정엄마도 모시고 와서 대대적인(?) 가을걷이 행사를 하기로 했다.


엄마도 많이 궁금해하셨다.


첫 번째 포대를 찢어 여는 순간 와~~ 하며 모두 박수를 쳤다.


우리 가족이 리액션 부자라 작은 것에도 탄성을 지르긴 하지만 진짜 예상외로 많은 고구마들이 들어 있었다.

가을걷이 대성공!!!



올봄.

지난해 성공적인 고구마 수확을 기억하며 고구마 심을 포대를 세 개나 만들었다.


올해에도 추석 연휴에 엄마를 모시고 와서 고구마 수확의 기쁨을 함께 맛보기로 했다.


두근두근 수확의 기쁨을 만끽할 준비를 하고 포대를 개봉하는 순간.


엥? 포대 안에 고구마가 없었다.

작년보다 더 많은 고구마 수확을 기대하며 한 포대를 더 만들었는데 세 포대에서 크기도 작은 고구마가 10개 정도밖에 안 나왔다.

많은 수확물을 기대하며 박스에 고구마 담을 준비를 한 우린 헛웃음이 나왔다.


작년과는 달랐던 포대와 흙이 고구마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나 보다.


'잘 될 때가 있으면 안 될 때도 있는 거지' 아쉬움을 달래고, '너무 욕심을 부렸나?'라고 반성도 해 보며 올핸 전문가(?)분들이 정성껏 키우신  맛있는 고구마를 사 먹어야겠다.


수확물은 적었지만 경험이란 수확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마음만은 풍성한, 소소한 가을걷이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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