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의 추억

by Lydia young

2026. 2. 18 - 인생 198일 차

'까치까치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구정이라 불리던 어린 시절의 설날은 빳빳한 새 지폐를 받는 즐거움이 있었죠.

어린 시절 우리 4남매는 잘 사는 고모 집으로 세배 가는 걸 좋아했습니다. 먹을 것도 많고 2층의 양옥집인 고모 댁엔 우리를 예뻐하시는 고모부가 계셨습니다. 세배를 드리면 빳빳한 500원짜리 지폐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세뱃돈도 받고 맛있는 음식도 먹을 수 있는 그야말로 즐거운 명절이었죠.

우리 부모님들도 설날이 되면 손주들에게 빳빳한 신권 지폐를 준비해 아이들을 기쁘게 해 주셨었죠.

나도 올해엔 손주인 찰떡이에게 세뱃돈을 주려고 신권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은행마다 정해진 날짜와 1인당 바꿀 수 있는 금액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5만 원권과 1만 원권을 준비했습니다.

남편에게 "올해 우리도 찰떡이에게 세뱃돈을 줘야겠죠? 얼마를 줄까요?" 남편은 "3만 원?" "5만 원은 줘야 하지 않을까?" 하며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처음부터 크게 시작하면 부담되니 3만 원으로 하자고 결정했습니다.


몇 해 전 큰댁 아기 손주들에게 세뱃돈을 주려고 준비했던 봉투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이 봉투를 내 손주를 위해 사용할 날이 올 줄 몰랐습니다. 봉투에 세뱃돈을 넣어 찰떡이가 오길 기다렸습니다.


설날 시댁에 다녀온 딸 부부는 다음 날 찰떡이와 함께 우리 집에 왔습니다.

예쁜 원피스와 모자를 씌워 찰떡이를 안고 온 딸은 거실에 깔아 놓은 이불 위에 찰떡이를 엎드려 놓으며 "찰떡이 세배 왔어요!" 합니다. 예전 나의 시아버님 시어머님이 계셨던 시댁의 설날 풍경처럼 큰딸 부부와 작은딸이 우리에게 세배한 후 큰 딸 부부와 작은딸이 맞절합니다. 딸이 자라면서 할아버지 할머니께 배웠던 집안의 문화처럼 어른께 세배하고 형제끼리 설날 아침 서로 맞절로 인사를 합니다.


남편은 "찰떡아! 건강하게 쑥쑥 크자!" 하며 덕담과 함께 세뱃돈이 든 봉투를 찰떡이 작은 손에 쥐여 줍니다. 구강기인 찰떡이는 봉투를 입으로 가져갑니다. 온 가족의 웃음소리에 찰떡이가 두리번거리며 둘러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손주에게 세뱃돈을 주는 경험까지 안겨준 찰떡이에게 우리 부부도 할아버지 할머니로 찰떡이가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행복한 설날이었습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