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봄이 오네요!
도시엔 꽃망울들이 생기기 시작하며 봄이 오고 있습니다.
우리의 촌집은 아직 겨울인데 말입니다.
금요일 오후 남편은 촌집의 잔디밭을 좀 더 늘리겠다며 잔디와 퇴비를 구입해 차에 싣고 촌집으로 향합니다.
차 안에 퇴비 냄새가 진동을 해 뒷 창문을 조금 열고 가는데도 바람이 차갑지 않았습니다.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네?"
촌집 가는 길 산에 있는 나무들이 물이 오르기 시작하는지 메말라 있던 겨울나무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지난가을 친정엄마는 사시는 아파트 앞 공원에 튤립 구근을 식재하는 것을 보고 구경하시다 우리 마당에 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고 부탁해서 몇 개를 얻어 놓으셨다며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백발의 할머니가 부탁을 하시니 고맙게도 몇 개 주셨나 봅니다.
한 달 전쯤 얼어 있는 촌집 화단을 파고 그곳에 튤립 구근을 심고 마른 흙을 덮어 두었습니다.
"제발 튤립이 피었으면 좋겠네!" 하니 남편이 "튤립이 안 나오면 몇 개 사다 심지 뭐!" 합니다.
엄마가 구해주신 튤립이 예쁘게 피면 엄마에게 사진 찍어 보내 드리고 싶었습니다.
촌집에 도착하자마자 화단으로 가 자세히 살펴보니 조그맣게 싹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어머, 튤립 싹이 나온다!" 지난주까지 마당에 눈이 쌓여 있었고 화단의 흙은 얼어 파지지도 않았었는데
일주일 새 땅이 많이 녹아 포슬포슬해지고 그 안에 있던 싹이 조금씩 나오고 있었습니다.
얼어있던 땅이 녹고 새싹이 움트고 봄이 어느새 가까이 와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촌집의 봄은 짧지만 올해엔 어떤 작물을 심어볼까 남편은 텃밭에 퇴비를 섞어 흙을 보충하며 봄을 시작합니다.
그 사이 근처 빈 밭 언저리로 가서 냉이를 캐와 다듬어 된장찌개를 끓입니다.
우리의 입 안, 그리고 눈앞에 가득한 봄을 느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