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집의 수박을 수확하기로 하였습니다.
긴 여름 동안 주말마다 촌집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안부를 살피던 수박입니다.
담장 안 텃밭에 심어 놓았던 모종이 자라고 뻗어나가 담장 밖 석축에 자리를 잡아 동네를 오가던 모든 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자라난 세 덩어리 녀석입니다.
촌집의 수박이 자리를 잡고 자라기 시작하면서 옆집에서도 석축에 자리를 잡은 수박을 신기해하고 궁금해하셨습니다. 어떤 날은 남편과 옆집 아저씨 두 분이 수박 앞에서 수박을 바라보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모습도 보았답니다.
올여름, 마트의 수박값은 비싸 수박 앞에 서서 한참을 망설이다 마트를 한 바퀴 돌고 다시 와 생각하게 했었습니다. 우리는 수박이 잘 자라 직접 기르고 수확한 수박의 맛을 꼭 볼 수 있기를 바라며 매주 촌집의 수박을 두드려보며 확인하고 또 확인했습니다.
'통통통' 맑은소리의 수박은 언제 따야 하는지 그 속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남편은 "한쪽을 삼각형 모양으로 따서 속이 익었나 봐요." 하며 우스갯소리를 했지만, 함부로 수박을 만져 볼 수도 없었습니다. 행여라도 잘못 만지면 수박이 상할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죠.
"이번 주엔 꼭 수박을 따 봅시다."
수박을 살펴보니 꼭지 부분 솜털이 힘을 잃고 줄기의 잎이 노란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수박을 따서 들어보니 꽤 무거웠습니다. 수확 기념으로 남편에게 수박을 들게 하고 기념 촬영을 했습니다. 사진을 가족 카톡방에 올리니 딸들이 "와~~ 대단하다!" "아빠! 팔에 근육이 어떻게 저렇지?"
무거운 수박을 든 남편의 팔뚝은 20대 젊은 시절을 보는 듯 힘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두구두구두구 개봉박두' 남편에게 칼자루를 쥐여 주고 커다란 수박을 자르게 했습니다.
수박이 반으로 쪼개지며 빠알갛게 익은 속살이 드러났습니다.
"잘 익었다!" "와~ 진짜 잘 익었네요!" 우리는 함께 외쳤습니다.
여름내 주변 이웃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던 수박이기에 나눔으로 함께 수확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남편과 나는 배달을 다녔습니다. 윗집은 마침 손님들이 와 계셨습니다. 손님들과 함께 잘 익은 수박을 후식으로 드시겠죠? 옆집 언니네도 또 그 옆집에도 뜨거웠던 여름날 우리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던 초록색 커다란 열매를 나누었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린 보람이 있었습니다. 수박은 너무 달고 맛있었습니다.
여름의 끝자락 소중하게 기른 달콤하고 시원한 수박을 나누어 먹으며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과 이별 준비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