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촌집은 풀도 무성해지고 잔디도 무성해집니다.
아침은 일찍 시작됩니다.
날씨가 더워지기 전 해야 할 일을 빨리 마치기 위해서입니다.
텃밭의 수확물도 일찌감치 따고 손 볼 곳이 없나 잘 살펴봅니다.
비 온 뒤 키가 쑥 자란 잔디를 깎으려 남편이 바삐 움직입니다.
도시의 집에선 산책을 가자고 해도 "다녀와요~" 하며 발 빼기 일쑤인 남편인데 촌집만 오면 부지런히 움직이며 오히려 집안으로 잘 들어오질 않습니다.
창고에 넣어둔 잔디 깎는 기계를 꺼내온 남편이 잔디를 깎습니다.
아침부터 따가운 햇볕에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잔디밭 위에 늘어져 있는 전깃줄에 기계가 자꾸 걸리는 모습을 보고 남편 뒤를 따라 전깃줄을 잡아줍니다.
여름엔 비 한번 오면 쑥 자라는 잔디를 자주 깎아주어야 합니다.
잔디 깎는 남편은 땀을 비 오듯 흘리면서도 즐거운 모습입니다.
도시에선 싫어하는 운동을 이곳에서 하고 있는 거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뜨거웠던 여름날의 햇볕과 내리는 비로 자라 있던 여름날의 흔적들이 다듬어지고 새롭게 변신했습니다.
올해 촌집의 잔디밭엔 귀뚜라미가 많이 보입니다.
잔디 깎는 남편 뒤를 따라 걷다 보니 작은 귀뚜라미들이 폴짝폴짝 뛰어오릅니다.
다듬어진 잔디밭 위로 가을을 준비하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자라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