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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휴

by Lydia young

긴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공항과 터미널, 고속도로는 여행, 귀성 등으로 바삐 들 움직이고 있다고 합니다.


남편과 나는 촌집에서 긴 연휴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지난 2주 동안 도시의 바쁜 일들로 촌집을 찾지 못했던 나는 촌집이 많이 궁금해져 마음은 이미 촌집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심어놓았던 배추는 잘 자리 잡고 크고 있는지, 나머지 쪽파, 알타리, 무들은 잘 자라고 있는지 촌집으로 가는 길, 가을옷으로 갈아입고 있는 정겨운 가을 산의 모습과 함께 촌집을 상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촌집으로 향합니다.


싱그러운 가을 향기 속 촌집에 도착해 큰 심호흡으로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고 텃밭을 둘러봅니다.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 햇볕에, 심어놓았던 김장용 배춧잎이 타들어 가 다시 사다 더 심었더니 배추의 크기가 다르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무는 제법 굵기가 굵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번 연휴엔 남동생 가족이 여행 계획이 있어 친정 엄마와 여동생들이 촌집에서 모이기로 했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잔디밭 위에 여름내 쌓아두었던 데크 위 의자와 테이블을 꺼내 청소합니다. 묵었던 먼지들이 씻겨 나가며 손님맞이를 핑계 삼아 가을맞이 준비도 더불어 해봅니다. 오랜만에 친정엄마와 딸들이 함께 하는 수다가 데크에 가득 흐르겠죠? 그 곁에 아버지도 나비가 되어 날아오시길 기다려봅니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과 바비큐로 점심을 먹고 고구마도 캡니다. 남들이 들으면 대단한 수확을 한 듯 환호성이 요란합니다. 오락가락 비가 내려 맑은 가을 하늘을 볼 수는 없었지만, 연휴에 가족이 모여 즐기는 촌집은 더없이 따뜻하고 화사한 가족의 웃음으로 채워졌습니다.


긴 연휴, 비 내리는 촌집 데크 위 지붕으로 떨어지는 정감 있는 빗소리를 들으며 차분하게 온전한 쉼으로 몸과 마음이 충전되었습니다.

연휴 끝자락 비가 개어 하늘이 맑아졌습니다. 강 위 수증기가 하늘로 올라가며 멋진 풍경을 만들어줍니다. 사진으로 찍어도 멋진 풍경을 담아내지 못합니다. 예쁜 하늘을 보니 사진이 찍고 싶어 졌습니다. 남편에게 "여보, 같이 저 다리 위에 가서 사진 찍고 올래요?" 하며 남편과 근처 다리 위로 올라가 가을 하늘에 떠 있는 구름과 어우러지는 강 사진을 찍으며 시작되는 가을을 마음에 간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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