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나 봅니다.
밤새 내린 비로 촌집은 여름의 흔적이 옅어지며 시원해졌습니다.
텃밭의 호박과 고추를 따서 된장찌개를 끓여 아침을 먹고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옆집 언니네서 부른다며 옆집으로 오라고 남편이 부릅니다.
나란히 있는 세 집을 우리끼리는 1호, 2호, 3호 집이라고 부릅니다.
오늘은 마침 세 집이 모두 촌집에 모였습니다.
비 그친 텃밭에 호랑나비 한 쌍이 이리저리 꽃을 찾아 날아다니고 선선해진 날씨를 만끽하며 깨꽃에 앉았다가 날았다가 바삐 움직입니다. 촌집에서 이렇게 큰 호랑나비는 처음 만난 거 같습니다.
옆집 언니네 데크로 가보니 부지런한 언니가 부침개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3호 집 부추랑 자기가 준 호박으로 만든 세 집의 합작품이야!" 하며 지글지글 소리와 함께 냄새가 식욕을 돋웠습니다.
나는 텃밭에서 딴 방울토마토와 음료수를 가지고 갔습니다.
부침개로 시작해서 고구마튀김까지 먹고 3호 집 텃밭에 달려있던 가지를 따다가 씻어, 바로 가지튀김을 합니다. 텃밭에서 바로 수확한 재료들로 뚝딱뚝딱 요리가 나옵니다. 갑자기 열린 촌집의 오마카세식당이 되었습니다.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을 보내며, 도시에서 바쁘게 일주일을 보내고 시원한 공기와 함께 촌집 데크에 앉아 소박한 자연을 맛봅니다.
갑자기 만들어진 자리에도 부담스럽지 않게 각자의 음식을 서로 나누어 먹으며 여유로운 시간 속에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눕니다. 시원하고 예쁜 계절이 조금 더 길게 있길 바라지만, 조금씩 옷을 갈아입고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줄 가을도 기대됩니다. 올해엔 어떤 예쁜 색 옷을 입고 나타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