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김장을 하고 힘이 들어하는 날 본 남편이 내년엔 좀 편하게 하자고 한 말이 씨가 되었는지 올해 김장 배추 농사는 김장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김장용 배추 모종을 심은 건 주말에만 오는 우리의 발걸음이 부족해서인지 날씨가 너무 더워서인지 잘 안되었고 다시 심은 배추는 늦은 탓에 많이 크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촌집의 옆집 언니가 알려준 대로 평창 고랭지 김장 축제에 가서 김장하기로 하고 예약을 해두었습니다. 몸만 가면 김장을 해서 택배용 박스에 넣어 배송까지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예약한 날 몸만 가기에는 아쉬워 생새우, 갓, 쪽파 등 추가할 재료들과 김치통을 챙겨 남편과 평창으로 출발했습니다.
두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곳엔 많은 사람들이 김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예약한 시간이 되어 순서대로 입장해 빈 테이블을 찾아 자리를 잡습니다.
남편과 나도 마트에서 볼 수 있는 카트에 절임 배추와 양념을 받아 자리를 잡았습니다.
비닐로 된 앞치마 장갑 토시 머리에 쓰는 비닐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비닐이 깔린 테이블에 양념을 붓고 가져온 추가 재료를 붓고 버무립니다.
남편이 소쿠리에 물 빠지게 건져놓은 배추를 테이블 위로 하나씩 옮겨 주면 나는 배추 속을 넣어 가져온 김치통에 담습니다.
김치통이 차면 남편은 통 주변을 닦고 뚜껑을 닫아 한편에 쌓아 놓습니다. 환상의 콤비네요.
1시간여 만에 김장이 끝났습니다. 행사장 봉사해 주시는 분들이 정리도 해주시고 속 버무리는 것도 도와주시니 금방 끝났습니다.
겨우내 먹을 김장을 차에 싣고 든든한 마음이 되었습니다.
예상보다 빨리 끝난 김장 덕분에 근처 월정사 전나무숲길을 산책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가을 단풍이 지금쯤엔 많이 떨어졌겠거니 하고 별 기대 없이 갔는데 빨갛고 노란 단풍잎이 예쁘게 반겨주었습니다. '꿩 먹고 알 먹고' 김장도하고 가을 끝자락 뜻하지 않게 단풍구경까지 하며 이 가을이 가기 전 마음속에 또 하나의 추억을 간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