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집의 겨울은 성큼 다가왔습니다.
촌집으로 가는 길목 가로수 은행나무는 어느새 잎을 다 떨구어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며 길가에 노란 잎을 소복이 쌓아놨습니다.
촌집으로 가는 길, 황금빛 노란 은행나무를 못 보고 지나는 올해 가을이 아쉬워 "어머! 어느새 은행나무잎이 다 떨어졌네!" 하며 속마음이 밖으로 나와버렸습니다.
길가를 지나며 보이던 배추들도 어느 집의 겨울나기 김장이 되었는지 잔재들만 널브러져 휑한 밭이 덩그러니 썰렁해 보입니다.
촌집의 가을은 너무 짧습니다.
도시의 가을 행사들로 2주간 촌집을 찾지 못했더니 풍경이 겨울로 갈아타고 있습니다.
이번 주엔 촌집에서 키운 알타리김치, 파김치를 하기로 했습니다.
심어놓았던 알타리와 쪽파를 뽑아 남편과 함께 다듬었습니다.
자잘한 쪽파를 다듬으며 남편이 "노동요 좀 틀어봐요." 합니다.
우리 둘은 음악을 틀어놓고 따라 흥얼거리며 푸른 하늘 아래 따뜻한 볕을 쬐며 쪽파의 노란 떡잎을 골라냅니다. 알타리를 다듬고 남편과 차 한잔 하며 옆집을 보니 옆집 언니도 알타리를 다듬느라 아저씨와 나란히 앉아 바쁘게 손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난봄, 쑥을 캐 만들어 얼려놓았던 쑥개떡을 기름에 지져 옆집 언니네도 가져다줍니다.
따뜻한 차와 함께 봄의 향기가 향긋하게 입안을 맴도네요.
봄의 향기로 기운을 내 알타리김치와 파김치를 버무립니다.
봄의 향기를 머금고 시리게 예쁜 가을하늘 아래서 겨울에 맛있게 먹을 알타리김치를 담그며 겨울을 준비합니다. 풍성한 가을 수확은 아니지만 소중한 가을걷이로 마음만은 풍요롭습니다.
김치를 버무리는 동안 남편은 여름내 비와 바람에 흐려진 담과 대문에 깨끗하게 페인트를 칠합니다.
대문과 담이 깨끗한 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하얗게 눈 내릴 겨울을 기다립니다. 촌집에 오면 해야 할 일들을 적어 온 남편은 하나씩 지워가며 겨울 맞을 준비를 해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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