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쩌다가 대학원에 가게 되었을까?

01. 10분만에 대학원에 입학하기로 결심한 날

by 빛새

2018년 7월, 대학생으로서의 마지막 여름방학이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한량 같은 삶을 보내고 있었다. 마지막 대학생활에 대한 자그마한 기대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큰 불안을 애써 외면한 채, 그저 도끼날 썩는 줄 모르고 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과 함께 바깥에서 점심 외식을 하였다. 오랜만에 집 밖에서 밥을 먹으며 일상과 신변잡기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었다. 밥을 먹으면서 부모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지만, 분위기 있는 곳에서 더 깊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근처 찻집으로 들어갔다. 거기서도 평소와 다름없는 대화를 하면서 무난하게 흘러가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아버지께서 나에게 이 질문을 던지셨다.


너, 졸업하면 무얼 하면서 살 거니?


참으로 당황스러웠다. 스물여섯이 될 때까지 미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갑자기 이런 질문이 나오니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부모님께서는 평소에 나에 대해서 간섭을 하지 않으셨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짧은 말 한마디는 나에게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 평소에는 온화하고 인자한 사람이 무심하게 한 마디 물어보는 것이 더 무섭지 않은가. 그 한 마디에 정신을 잃은 나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독일로 유학을 가 보려고요.


정말 얼떨결에 나온 말이었다. 그 짧은 순간에 크나큰 압박을 받게 되니, 무책임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나는 저 한 마디를 뱉은 다음에 내가 아는 여러 가지 지식들을 총동원해서 독일 유학에 대한 그럴듯한 계획을 나름대로 세우면서 그날의 대화를 마무리하였다. 부모님께서는 그 상황에서 나온 나의 이 한 마디를 진심으로 존중해주셨고, 대학교를 졸업하면 국내 대학원을 거쳐서 독일로 유학을 가기로 이야기하였다.




난 그렇게 대학원에 가게 되었다. 자식을 향한 부모님의 염려와 호기심,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내 스펙,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두려움. 이 모든 것들이 내 머릿속에서 섞이면서 불안정성을 증폭시켰고, 그 때문에 대학원 진학과 독일 유학이라는 일생일대의 결정을 단 10분 만에 해 버렸다. 2년이라는 유예기간이 생겼고, 대학원을 다니면서 내 삶의 여정을 구체화해야 했다.


아, 나 이제 어떻게 살아가지?



Cover : Photo by Michael Jasmund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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