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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스파게티

열한 번째 끼니 - 2

by 빛새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어른이가 만든 어린이날 밥상'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어른이 되면 먹고 싶었던 음식을 모아본 이 밥상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요?

다다익선(多多益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이 말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네 삶에 스며들었다. 친구들과 나눠 먹기 위해 소풍날 먹을 점심 도시락을 넉넉히 싸고, 잘못 만든 제품을 교환하기 위해 일정량의 여분을 준비한다. 위급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각 가정에 상비약을 갖춘다. 부족한 것은 남느니만 못하기 때문에 여유를 두고 준비하는 게 미덕으로 여겨졌다.


넉넉히 준비해서 쌓아두는 건 좋지만, 욕심 때문에 필요 이상의 물건을 마구 쟁여두는 건 조금 달리 봐야 하지 않을까. 있는 사람이 더한다고,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으므로 채워도 채워도 만족하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동화처럼 탐욕스러운 사람이 욕심 때문에 극적으로 망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욕심이 과하면 화를 입게 된다. 나는 이 교훈을 뷔페에서 스파게티를 먹으며 깨달았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저녁 외식을 하기 위해 부산 연산동의 한 뷔페에 갔다. 다른 뷔페처럼 이곳에서도 화려한 만찬이 펼쳐졌다. 익숙한 한식, 멀지만 가까운 일식, 특별한 날에만 먹던 중식, 색다른 맛의 양식까지 형형색색의 음식들이 쫙 펼쳐져 있었다. 다섯 명 모두 각자의 취향에 맞게 음식을 골랐다. 다른 사람들은 다양한 음식과 샐러드까지 균형 있게 골랐지만, 그날따라 나는 뭔가에 홀린 듯이 스파게티에 눈이 딱 꽂혔다. 나를 기다리는 진수성찬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토마토스파게티만 한 접시 가득 들고 왔다. 다른 가족들은 의아해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나는 그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스파게티를 먹었다.


스파게티 한 그릇을 반쯤 비운 순간, 나는 갑자기 배를 부여잡고 쓰러져 버렸다. 너무 급하게 먹은 나머지 체해버렸기 때문이었다. '이거 빨리 먹고 다음 그릇도 또 먹어야지'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나머지, 길고 단단한 스파게티를 씹지도 않고 마구 삼켜 넘겼다. 다 먹을 수 있다는 만용과, 스파게티 한 그릇을 가득 담은 욕심, 빨리빨리 먹겠다는 조급함이 이 참사를 만들어 냈다. 그날 저녁, 나는 스파게티 반 그릇만 먹고 뷔페 문을 쓸쓸히 나갈 수밖에 없었다. 뷔페에서 먹은 스파게티 한 그릇 덕분에 욕심을 자제하게 되었다.


단돈 3만 원으로 교훈과 글감을 얻었다.


PBSE1233.jpg 열한 번째 끼니 - 토마토 스파게티, 돈가스, 샐러드,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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