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어른이가 만든 어린이날 밥상'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어른이 되면 먹고 싶었던 음식을 모아본 이 밥상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요?
난 풀때기를 싫어했다. 고기 좋아하고 과자 좋아하는 어린이 입맛을 가졌기 때문에 채소를 즐겨 먹지 않았다. 고기가 없는 비빔밥은 무슨 맛인지 몰랐고, 풀 냄새가 싫어서 고기 먹을 때 상추쌈도 싸 먹지 않았다. 부모님께서는 식이섬유가 들어있는 채소를 많이 먹으라고 내게 권했지만, 맛없는 건 먹고 싶지 않았다.
풀에 풀을 끼얹은 샐러드도 좋아하지 않았다. 건강을 위해 샐러드를 먹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풋내 풀풀 풍기는 음식을 돈 주고 먹긴 싫었다. 좋은 드레싱을 뿌리면 그나마 낫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그 소스도 내 입맛에 안 맞았다. 시중에 나와 있는 샐러드 소스는 새콤달콤한 소스와 부드럽고 텁텁한 소스로 나뉘지만, 난 둘 다 싫었다. 그래서 난 평생 샐러드를 안 먹을 줄 알았다.
영원한 건 절대 없었다. 내 마음속에 세워 놓은 샐러드 척화비는 의외로 쉽게 무너졌다. 샐러드를 싫어하던 내가 지인이 개업한 샐러드 가게에 찾아가 제품 하나를 구매했다. 싱그러운 냄새가 나지 않을 것 같은 메뉴를 하나 고르고, 내가 알고 있는 소스 대신 올리브 오일을 부어 먹었다. 샐러드에 올리브 오일을 곁들여 먹으면 전혀 맞지 않을 거 같았지만,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 함께 먹을 소스만 바꿨을 뿐인데 마음의 빗장이 스르르 풀려 버렸다. 입맛에 맞는 샐러드를 찾은 덕분에 한동안 한 달에 한 번 정도 그 집에 방문했다.
난 지금도 풀때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젠 건강을 생각해야 하는 나이가 되어서, 채소에 어울리는 음식을 찾아 먹는다. 올리브 오일 덕분에 샐러드를 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 채소에 어울리는 음식을 찾으면 음식을 덜 가려먹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