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어른이가 만든 어린이날 밥상'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어른이 되면 먹고 싶었던 음식을 모아본 이 밥상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요?
2010년대 후반, 100명이 넘는 예쁘고 멋진 청춘남녀를 두고 데뷔조 10명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었다.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동안, 각자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스타를 뽑기 위해 참가자와 시청자, 그리고 제작진의 희노애락애오욕이 가감 없이 드러났다. 4년 동안 온갖 어그로를 끌고 지속된 이 프로그램은,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려서 '당신의 소년/소녀에게 투표하세요!'라는 슬로건을 남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 프로그램이 폐지된 지 4년이 지난 어느 날, 나는 한 달 전에 해 먹은 돈가스를 두고 글을 써야 했다. 돈가스를 두고 무슨 글을 써야 할까 고민하다가, 문득 4년 전에 유행했던 그 슬로건이 다시 떠올랐다. 세상엔 수많은 돈가스가 있는데, 돈가스 하나만 두고 얘기하긴 너무 아쉽지 않은가? 그래서, 여기서 프로돈가스 101을 열어 보았다.
프로돈가스 101의 첫 번째 참가자는 경양식 돈가스다. 무려 100년 전부터 활동해 온 뼈대 있는 소속사의 연습생으로, 지금까지 수많은 스타를 배출해 왔다. 다만 100년동안 이어지다 보니 소속사의 프로듀싱이 요즘 유행에는 맞지 않지만, 이 연습생의 능력과 매력이라면 이를 극복해낼 수 있지 않을까. 역사와 전통을 가진 안정적인 맛을 원한다면 경양식 돈가스에 투표하세요!
경양식 돈가스에 맞설 최고의 라이벌은 바로 일식 돈가스다. 동양인 입맛에 맞는 일식 돈가스는 비록 그 역사는 짧지만, 서양 스타일 그대로 살린 경양식 돈가스보다 더 친화력이 높다. 돈가스 트렌드가 얇고 큰 것에서 두툼하고 바삭한 것으로 바뀌면서 일식 돈가스가 경양식 돈가스의 인기를 야금야금 빼앗아 오고 있다. 경양식 돈가스가 3대 기획사 출신 연습생이라면, 일식 돈가스는 하이브 같은 신흥 기획사 같은 느낌. 돈가스의 새 시대를 열고 싶다면 일식 돈가스에 한 표를!
경양식 돈가스와 일식 돈가스가 돈가스 무대를 양분했지만,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남는 돈가스도 있다. 분식 돈가스(일명 피카츄 돈가스)는 도도하고 인기 많은 양대 돈가스 사이에서 친숙함을 내세워서 프로돈가스 101에 등장했다. 중소 기획사 출신이라 기획력이 부족하지만, 10대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며 이번 오디션에 참여한다. 언더독의 반란을 보고 싶다면 이 친구도 주목해 보자.
그 외에도 치즈돈가스, 가츠동, 가츠나베, 볼카츠 등이 돈가스의 왕좌를 두고 오늘도 전국 각지에서 열띤 경쟁을 펼치고 있다. 국민 돈가스의 자리에 오를 최후의 1인은 누가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