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끼니 - 1
생일이 되면 무엇을 하는가? 자신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케이크와 미역국 같은 상징적인 음식과 나를 위해 차려준 진수성찬을 먹기도 하고, 어디론가 멀리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또한 당일 혹은 가까운 주말에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보내기 위해, 몇 주 전부터 사람들과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지난달, 나는 진정한 30대가 된 걸 축하하기 위해 혼자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이국적인 경치도 많이 보는 등 눈과 귀가 즐거운 일주일을 보냈다. 가까운 사람부터 먼 사람, 그리고 몇 달 전이라면 내가 알지 못했던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꿈 같은 시간을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호사다마라고, 좋은 일이 있으면 반드시 안 좋은 일이 따라왔다. 여행 가는 내내 100km 넘는 장거리 이동을 밥 먹듯이 했지만, 주체할 수 없는 도파민의 힘으로 1주일을 거뜬히 버텨냈다. 하지만 여행에서 일상으로 돌아오니 몸이 여기저기 쑤셨다. 배탈과 여독이 겹치니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한 몸살 기운을 느꼈고, 그 덕분에 월요일 하루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생때같은 20대였다면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너끈히 회복되었는데, 이젠 그렇지도 않나 보다.
부모님이 집에 계셨다면 아픈 날 돌봐주실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밥은 직접 해 먹어야 한다. 부모님 없이 혼자 있는 내가 만들 수 있는 음식 중에 가장 쉽고 건강한 음식이 뭔지 생각해 보았고, 별 고민 없이 미역국을 끓일 준비를 했다. 마른미역을 불리고 냉동실에 있는 소고기 국거리를 녹이면 준비는 끝. 준비한 재료들을 솥에 넣어 참기름으로 볶은 뒤, 물을 넣어 10분 동안 끓이면 되었다. 생일 여행 직후에 먹는 생일 기념 음식이라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생일의 피로를 풀기 위해 미역국을 만들어 먹으니 출산한 산모가 영양을 회복하기 위해 미역국을 먹는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이를 낳은 산모가 몸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무리하게 생일을 기념한 나도 휴식이 필요했다. 내향형 인간인 내가 1주일 내내 여기저기 돌아다녔으니 정비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파티는 끝났다. 이제 몸을 다스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