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끼니 - 2
난 예전에 사람이 야채만 먹어서는 안 된다는 글을 썼다. 그리고 샐러드를 도대체 왜 먹지라는 생각도 오랫동안 갖고 있었다. 지금도 돈만 넉넉하게 있으면 고기를 사 먹고 싶을 만큼 고기를 정말 사랑하지만, 최근에는 그 좋아하는 고기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었다. 오늘은 고기만 좋아하던 사람이 고기 때문에 고생한 이야기를 담아 보았다.
2023년 4월, 아주 오랜만에 교회 권사님께서 반찬을 갖다 주셨다. 멸치볶음, 시금치무침 등의 밑반찬도 있었지만, 고기를 사랑하는 나는 커다랗게 얼려 놓은 햄버그 스테이크가 눈에 들어왔다. 친구 아들래미가 밥 해 먹을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서, 전자렌지나 에어프라이어에 데워서 먹을 수 있게 햄버그 스테이크를 만들어 주셨다.
그러던 어느 날, 밥을 해 먹기 귀찮았던 나는 동생과 함깨 저녁을 먹기 위해 그 햄버그 스테이크를 데워 먹었다. 반나절 동안 냉장해동한 고기를 팬에 구웠다. 하지만 이미 갈색으로 구워놓은 고기라서 어떻게 익는지 알 수가 없었고, 결국 팬에서 데우던 걸 에어프라이어에 넣어서 안까지 푹 익혔다.
햄버그 스테이크의 맛은 최고였다. 스테이크에 덧입혀진 나무 향은 먹기도 전에 나의 식욕을 자극했고, 곱게 간 소고기의 풍미는 그 기대에 딱 부합해주었다. 냉동식품에서 절대 느낄 수 없는, 수제 스테이크가 주는 맛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달짝지근한 스테이크 소스에 찍어 먹으니, 식탁에서 극락을 느낀 것 같았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한 덩이를 다 먹고 두 덩이째 먹게 되니 속이 꽉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처음 먹을 때에는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두 번째 스테이크를 먹을 때에는 식욕이 뚝 떨어졌다. 고기는 물리고, 급체 기운도 느끼고, 진퇴양난이었다. 내가 준비한 음식이라 식탁에선 끝까지 꾸역꾸역 먹었지만, 결국 속이 더부룩한 나머지 화장실에서 다 게워내고 말았다.
햄버그 스테이크만 믿고 다른 국과 반찬을 준비하지 않은 나의 게으름과 어떻게든 이 음식을 다 먹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합쳐서 이 사단이 일어났다. 15년 만에 또 똑같은 실수를 하게 될 줄은 누가 알았으리오. 이래서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하는 게 아닐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