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신규 가입을 위한 홍보영상 촬영이 있었다. 공지판에 게시만 해두어도 늘 지원자가 몰리는 그런 동아리였다. 서로 가입하려고 애를 쓰고 부탁도 하고 시험도 봤었던 그런 동아리였다. 그런데, 이제 지원자가 많지 않다. 관심도 별로 없고 동아리 가입은 시들해졌다.
"자동봉진" 즉, 자율활동,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창체(창의적 체험활동)의 영역을 일컫는다. 대입 생기부(생활기록부) 작성에 개인의 특성이 드러날 수 있도록 각자가 노력한 내역과 역량을 담아 작성하는 부분인데, 이 부분에 대한 반영이 축소되어 현재는 유명무실한 상태이다.
학생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남기기 위해 동아리 내 역할을 맡아 열심히 수행하고 활동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들어 소감을 기록하며 작성을 남겨왔다. 그러나 이 활동들이 대입에 반영이 안 되는 것으로 정리된 이후, 교과별 세특에 남길 수 있는 부분은 고려되고 있으나 자동봉진 그 자체로는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요즘 고딩들은 전반적으로 재기 발랄하다. 자기주장이 뚜렷하고 주눅 들지 않는다. 일부 차분하고 소심한 내성쟁이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런 친구들도 서넛만 모이면 없던 너스레가 생겨나는 것 같기도 하다. 세상 얌전한 범생이도 각기춤을 추며 랩을 하는 모습을 목도한 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민망해하는 학생에게 춤도 노래도 훌륭하다 말해주고 지나왔지만, 노래도 춤도 안 훌륭했었다. 그냥 귀여웠다. ^^
새로 근무하게 된 어느 학교에서, 재기 발랄하고 의욕 충만하게 자신이 전1이라고 말하는 학생이 있었다. 키도 크고 외모는 연예인 뺨칠 만큼 잘났다. 잘생긴 얼굴에다 성격도 좋은 편인 그 아이는 너스레를 떨며 우리 학교의 전교 1등을 담당하고 있노라 말했다. 당연히 농담인 줄! "그래, 열심히 해. 그런 마음으로 열심히 하다 보면 200등이 100등 되고, 100등이 50등 되고, 50등이 1등 되고 그렇겠지? 넌 자신감이 있고 긍정적이니 언젠간 터트릴 것 같구나. 꼭 공부가 아니어도 넌 뭐든 잘할 것 같아. 항상 응원할게. 진심으로 응원해."라며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 주었다.
가늘고 긴 손가락엔 굵은 커플링이 끼워져 있고, 자그마한 타두도 갖고 있는 그 학생은 곧장 연예인 기획사 오디션을 보러 간다고 해도 누구든 믿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인근 여학교 얼짱이 여친이라 했다. 친구도 많고 말하기를 좋아해서 시원한 에어컨 아래 보건실에서 놀다가기도 했다. 머리가 아파 1시간만 쉬게 해 달라며, 병결 처리받고 누워있었던 적도 있었다.
국어쌤이 한라봉차 드시러 오셨다가 재미난 영상이 있다고 보여주셨다. 국어 관련 인문 동아리 **** 모집을 위한 홍보 영상이라고 하시며, 현재 고3 학생들이 후배들의 동아리 지원을 독려하는 내용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대부분 영상으로 진행되다 보니 현재 활동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각각 1분짜리 개별 영상을 찍게 하고 그것을 합쳐서 편집한 영상이었다. 두세 명의 소개가 지나가고 어랏, 바로 그 녀석이 화면에 나왔다.
"안녕하십니까? 제 이름은 ooo 입니다. 저는 ****동아리 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동시에 저는 **고 전교 1등을 맡고 있습니다. 우리 동아리에 오시면 제 노하우를 전수해드리겠습니다. 우리학교 최고의 인문 동아리 ****으로 오세요." 활기차고 유쾌한 그 학생. 재기 발랄하고 멋진 학생이었다.
조금씩 수시로 변하는 대입 전형 앞에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진득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일 뿐, 미래를 위해 각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진짜 전 1에게, 열심히 하면 뭐든 할 수 있다고 토닥토닥해주었으니~ 앞으로는 외모로 판단하지 않고 진심으로 들어주리라 반성해보았다. 내가 학생이던 그 시절 공부 잘하던 학생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직도 떠오르지만, 이젠 지워야겠다. 선입견을 갖고 대하지 않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