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다니기로 했다
예상치 못한 심각한 우울
투렛과 강박이 아닌 우울로 병원에 다니게
될 줄은 몰랐다.
늘 불안하고 정신적으로 힘들었기에 여느 때와 같이 찾아온 무기력함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진짜 죽을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죽지 말아야 할 이유를
도무지 찾을 수 없었고 되려 죽게 된다면 편해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들만 들었다.
순간적으로 두려워 엄마에게 지금의 심정을
솔직하게 전하고 다음날 병원에 다니기로 했다.
병원에서는 고도 수준의 우울과 중도 수준의 불안이라고 했다. (문득 올해 절교한 한 친구가 '니 망할 심리?' 하면서 비웃었던 게 생각이 났다.
절교하기를 정말 잘했다)
사실 나의 모든 정신적 증상이 악화되는데 일생에 걸친 결정적인 요인이 있는데 그것은 아빠다.
아빠는 이제껏 직접적인 폭력만 안 했을 뿐 물건을 부시거나 던지면서 가하는 위협, 온갖 욕설 등의 가정폭력으로 나와 동생을 늘 불안 속에 살게 했다.
(올해부터 아빠와 완전히 분리된, 너무나 편안하고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다)
아빠를 포함 뚜렛과 강박에 대해 의사 선생님께 모두 털어놓으니 의사 선생님께서는 '너무 힘드셨겠어요'라고 하셨고 별거 아닌 그 말에 너무나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치료를 받으면서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내가 나
스스로가 인지하고 있었던 것보다 더 힘들어하는구나 하는 점이다. 치료의 차원에서 내가 갖고 있는
여러 강박적 생각들을 종이에 적고 얘기를 해보자는 소릴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집에 가는 내내 이유도 모르게 울었다. 그다음 치료에서 종이에 써놓은 걸로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순간 또 바로 눈물이 나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즉 나는 내가 갖고 있는 것들에 대해 접근하는
것조차 매우 힘들어한다는 것을
이번 치료를 통해 깨달았다.
우울증임을 알게 되었지만 지금은 전보다 편안하게 살고 있다. 매주 한두 번씩 병원에 가서 나의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있고 약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어찌 되었건 큰 의지가 되고 있으며
너무나 편안한 환경에서 편안하게 해주는 가족들이 있고 치료를 받을 여유가 생겼으며 조금씩 하고
싶은 것에 대해 공부도 하고 있다. 단기간에 좋아지는 것은 전혀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천천히 조금씩 내 삶이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