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몽골, 쉼 04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작가 Sep 26. 2023

몽골의 별이 빛나는 밤

반짝반짝

하늘과 땅 사이의 뭉실뭉실하던 구름이 어둠으로 덮이면서 천둥소리가 예사롭지 않아. 이내 비가 내려.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을까? 

    

전기가 나갔어. 아직 샤워하지 못하고 차례를 기다리던 사람도 있는데. 게르 중에는 빗물이 침대 위로도 떨어져서 난리야. 빗방울이 게르 안으로 떨어져도 나와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은 게르 한 곳에 옹기종기 모여서 더 친해지고 싶었는데 전기가 나갔어. 어둠이 게르를 삼켰어. 그리고 요란하게 바람 불고 비가 내려.     


친구야 몽골에서 보내는 편지가 느릿느릿하지? 

    

몽골 여행하며 날마다 너에게 소식 전하고 싶었어. 내가 눈으로 보고 만지고 맛보는 거 모두.

그런데 몽골과 마주하고 함께 여행하는 이들과 인연 짓느라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몽골 이야기를 부치지 못했어. 

    

나는 몽골에서 한국으로 돌아왔어. 너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를 하나씩 꺼낸다.    

 


 

내가 몽골에 도착한 첫날밤에 비가 내려. 빗물이 떨어지는 게르에 모여있던 우리는 휴대전화 불빛에 의지해서 각자의 숙소를 찾아가. 

    

8월 중순의 밤기운이 서늘해. 나이가 십 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직원이 와서 난로에 불을 피워줘. 난로에 장작불 타는 소리가 바깥의 천둥을 누그러뜨린다. 나는 따스한 온기 속에 잠들었어.  

    

몽골 전통게르 안에 있는 난로

새벽 2시 즈음 나는 잠이 깼어. 날이 더 추워진 건지 난로가 꺼지면서 한기 때문인지 화장실에 가고 싶어. 나는 점퍼를 걸치고 밖으로 나가.     


게르의 문을 여는 순간

지금 여기는 어디일까

온통 불 꺼진 게르 위로 별이 쏟아지고 있어 

비도 내려

비가 내리는데 별이 보여 

     

아르한가이주 밤하늘

간간이 천둥소리가 들리고 비 내리는 어두운 밤 별은 주변이 어떠하든지 상관없나 봐. 내가 시골에서 여름밤에 봤던 별이 이만큼이었을까? 말문은 막히고 나의 고개는 자꾸 뒤로 젖혀져. 


카시오페이아가 보여. 자기가 바다의 요정보다 예쁘다고 떠벌리다가 화난 요정들의 요청으로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벌 받고 죽은 후에 별이 된 에티오피아 왕비이자 안드로메다 공주의 어머니. 카시오페이아 별자리는 그녀의 허영심을 벌하기 위해서 의자에 앉은 채 거꾸로 매달려 있는 모습이래. 현대 사회는 자신을 포장해서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이 손해 보는 경우가 많은데 신과 요정들이 살던 때는 달랐나 봐. 

    

카시오페이아는 밤하늘의 별이 되어서도 여전히 자기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는지 유난히 반짝여서 눈에 띈다. 그 근처에 북두칠성도 반짝여. 심한 가뭄으로 우물이 모두 말랐는데 열이 나는 어머니가 물을 찾으니까 깊은 산속에 들어가 물을 담아 오던 소녀에게 할아버지가 나타나서 물을 나눠 달라고 하니까 소녀가 국자로 물을 줬대. 할아버지는 산속의 신령이었고 마음씨 고운 소녀에게 마르지 않는 국자를 준다며 하늘로 국자를 집어 던졌대. 그때부터 북쪽 하늘에 국자 모양의 일곱 개 별이 반짝인다네. 국자 모양의 별이 기울더니 소낙비가 내려서 가뭄이 해소되었대. 

     

예쁘다고 자랑하다가 벌 받고 별이 된 카시오페이와와 효성 지극한 소녀 덕분에 생긴 북두칠성이 좋다. 밝아서 선명하게 보이거든. 밤하늘의 어디를 쳐다봐야 할지 헤매는 나의 눈을 지그시 고정하게 하잖아. 별이 길잡이가 되는 이유가 초점을 맞추기 때문 아닐까? 너무 많은 걸 보려고 하면 초점이 흐트러져 길을 잃을 테고 별 하나를 가슴에 품고 그 방향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면 길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굵은 빗방울이 새벽 2시에 내 얼굴을 두드려서 정신 차리고 불 꺼진 화장실에 간다. 전기가 나가니까 화장실 물도 내려가지 않네.

     

친구야 나 알람을 맞추고 잠들지 않았는데 몽골에 있는 동안 새벽 1~3시 사이에 잠이 깨곤 했어. 화장실에 가고 싶었고 그때마다 밤하늘의 별을 만끽했어. 현대식 건물이었으면 밖으로 나갈 일이 없어서 몽골의 별 보기가 어려웠을 거야. 장작을 제때 넣지 못한 난로는 쉬이 꺼져서 춥고 화장실은 대부분 100미터 이상 걸어가야 했어. 내가 밖으로 나가 별을 만나기 적당한 거리였지.   

  

비가 내려도, 때로 천둥이 쳐도, 별을 만나 흡족한 몽골이야. 내 눈에 담긴 별을 사진으로 잘 찍지 못했지만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몇 장 함께 부친다. 이 사진의 백 배 정도 별을 상상해 봐.

홉스골의 밤하늘


이전 03화 유채꽃, 구름, 악수 그리고 낙타와 썰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