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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몽골, 쉼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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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Aug 22. 2023

몽골에 도착했어

몽골의 첫째 날 아침

센베노(안녕하세요).

친구야 몽골에 도착했어. 우리 일행을 마중 나온 가이드가 보이지 않아. 일행 중 한 분의 가방에서 김치 냄새가 진동해. 싸 온 김치가 터졌나 봐.


늦게 나온 가이드는 우리의 일행 중 미리 도착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지인의 집부터 방문해야 한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

데이터 로밍이 된 사람이 현지 지인과 몽골에 먼저 도착한 일행에게 연락했어.


우리는 지인의 집으로 먼저 가기로 하고 공항 밖으로 나섰어. 어두컴컴한 새벽 5시 즈음 초승달이 우리를 반겨줘. 한국에서보다 달이 선명해 보이는 이유는 자연의 나라 몽골에 도착했기 때문일까?


친구야 인천 공항에서 새벽 1시 30분 몽골 항공기를 탔어. 첫날 일정이 버스를 타고 5시간 이동해서 엘승타사르해에 도착하여 낙타 타기야. 비행기에서 푹 자고 첫날 일정을 잘 소화하고 싶었어.


하지만.

나는 비행기에서 잠을 못 잤어. 에어컨이 너무 세게 나오는 자리에 앉아 추위에 떨었거든. 얇은 점퍼와 담요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코끝 시린 추위였어. 잠짓하는 옆사람을 깨우지 않으려 한숨도 못 자고 떨었어. 몽골에 도착하기 20분쯤 전에야 화장실 가고 싶다고 양해를 구하고 일어났다가 짐칸에 있는 두툼한 옷을 꺼내 입었단다. 밤늦은 시간 기내식을 먹으면 속이 불편할 것 같아서 안 먹었는데  아랫배가 꽉 뭉쳤어. 의자에 계속 앉아 있어서 편하지 않았나 봐.


지각한 가이드를 따라 몽골 공항 문밖으로 나섰어. 선명한 초승달이 비행기에서 추위에 떤 나를 반겨주는 느낌이야. 잠도 못 잤고 뭉친 배가 아프지만 몽골에 도착한 안도감이 들어.


그러나

버스에 탑승하는 순간 멀미가 나는 듯해. 낙타 냄새인지 양 냄새인지 분간할 수 없는 특이한 향기에 움찔하다. 몽골의 모든 것과 기꺼이 만나려고 의도했음에도 냄새가 거북하네.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기 위해 죽염을 입에 넣었어. 어둠이 걷히고 날이 밝은 모습을 지켜보는데 새벽노을이 붉게 하늘을 물들이네.


찬란하다.

붉은색 톤으로 물들인 하늘의 아름다움이 내 마음을 녹여. 추운 몸도 녹고 냄새에 대한 거부감도 스르륵 녹아내려.


한국의 대학교에서 4년 동안 성악을 전공했다는 가이드가  ‘오 솔레미오’ 노래를 불러줘. 아침이 밝아오는 붉은 하늘 아래 몽골의 땅을 달리는 버스 안에서.


공항에 지각하고 목소리는 안으로 먹어들어서 한국어 발음을 알아듣기 어렵고 버스를 타고 출발해도 몽골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던 가이드의 노래를 들으니 사람에 대한 까칠한 느낌도 사라지네.


손바닥이 뒤집히는 속도보다 마음속도 변화가 더 빠르다는 생각이 들면서 웃음이 난다.


첫 번째 일정인 엘승타사르해로 출발하기 전에 할 일도 많았어. 울란바토르에 있는 지인의 집에 방문해서 짐정리를 하고 아침 식사를 하러 가고 환전을 하고 슈퍼마켓을 두 곳이나 들렀거든.


친구야 이제 출발한다.

한국 편의점 CU, GS25가 많이 보여. 주유소에서 버스에 주유를 하고 있어. 몇 시간 동안 도로를 달릴 거래. 도로에 차가 복잡하게 엉켜 있어. 클랙션 소리가 사납게 느껴져.


눈 감고 잠을 자야겠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


친구야 내 몸과 마음이 평안하기를, 나와 함께 여행하는 모든 이들이 평안하기를 기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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