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기쁨은 영원할 것만 같았다
오후는 눈부셨고
웃음은 필름처럼 감겼다
그때 나는
시간도 나를 찍고 있다고 믿었다
그 영원은
끝날 리 없는 영화 같았다
고통도 영원할 줄 알았다
눈물은 마르지 않았고
밤은 벽처럼 막혀 있었으며
나는 숨은 창문을 포기했다
끝이라 믿었지,
아무 것도 피어나지 않는 이 어둠에서
그러나 어느 날 돌아보니
영원하겠다 믿었던 것들은 모두
어느 골목의 그림자처럼
잠시 머물다
사라져 있었다
그 자리에 다만,
바람만이 조용히 머물렀다
사랑도, 슬픔도, 영광도, 절망도
모두 잠깐 스쳐가는 것들이더라
붙잡을 수 없는 순간들의 강물 속에서
결국 남는 건
물에 젖지 않으려 했던
마음 하나뿐이더라
"‘영원’이라는 개념은 때때로 마음을 헷갈리게 합니다.
기쁜 순간이든 아픈 순간이든, 너무도 깊고 선명하면 우리는 그것이 오래도록 이어질 거라 믿게 되지요.
한창 잘 나갈 때는 그 흐름이 멈추지 않길 바라고, 끝이 없는 어둠 속에서는 정말 이대로일까 두려움에 잠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르면, 문득 알게 됩니다. 찬란했던 날도, 참기 힘들었던 날도 모두 언젠가 하나의 ‘기억’으로 조용히 자리 잡는다는 것을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은 그래서 제게 아주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그것은 단순한 위로나 체념이 아니라, 삶을 조금 더 단단히 견디게 해주는 다정한 이정표 같습니다.
그 마음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지금 겪고 있는 순간이 어떤 색깔이든, 결국엔 그것도 지나가리라는 걸,
그리고 그 지나감을 알기에 오늘을 더 소중히 여길 수 있다는 걸."
언젠가 우리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이야기하겠지요.
“그때는 정말 영원할 줄 알았는데, 지금 돌아보니… 참, 순간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