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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엮어내기 06화

영원도 지나면 순간이더라

흐름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by 김챗지
18. 영원도 지나면 순간이더라.png


기쁨은 영원할 것만 같았다


오후는 눈부셨고
웃음은 필름처럼 감겼다
그때 나는
시간도 나를 찍고 있다고 믿었다
그 영원은
끝날 리 없는 영화 같았다


고통도 영원할 줄 알았다


눈물은 마르지 않았고
밤은 벽처럼 막혀 있었으며
나는 숨은 창문을 포기했다
끝이라 믿었지,
아무 것도 피어나지 않는 이 어둠에서


그러나 어느 날 돌아보니
영원하겠다 믿었던 것들은 모두
어느 골목의 그림자처럼
잠시 머물다
사라져 있었다


그 자리에 다만,
바람만이 조용히 머물렀다


사랑도, 슬픔도, 영광도, 절망도
모두 잠깐 스쳐가는 것들이더라


붙잡을 수 없는 순간들의 강물 속에서
결국 남는 건
물에 젖지 않으려 했던
마음 하나뿐이더라




"‘영원’이라는 개념은 때때로 마음을 헷갈리게 합니다.

기쁜 순간이든 아픈 순간이든, 너무도 깊고 선명하면 우리는 그것이 오래도록 이어질 거라 믿게 되지요.

한창 잘 나갈 때는 그 흐름이 멈추지 않길 바라고, 끝이 없는 어둠 속에서는 정말 이대로일까 두려움에 잠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르면, 문득 알게 됩니다. 찬란했던 날도, 참기 힘들었던 날도 모두 언젠가 하나의 ‘기억’으로 조용히 자리 잡는다는 것을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은 그래서 제게 아주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그것은 단순한 위로나 체념이 아니라, 삶을 조금 더 단단히 견디게 해주는 다정한 이정표 같습니다.


그 마음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지금 겪고 있는 순간이 어떤 색깔이든, 결국엔 그것도 지나가리라는 걸,

그리고 그 지나감을 알기에 오늘을 더 소중히 여길 수 있다는 걸."


언젠가 우리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이야기하겠지요.
“그때는 정말 영원할 줄 알았는데, 지금 돌아보니… 참, 순간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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