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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엮어내기 15화

말하지 않은 기대는 계획된 원한이 된다

소통 없는 기대는, 침묵 속의 배신

by 김챗지
45. 말하지 않은 기대는 계획된 원한이 된다.png


말하지 않았다
대신, 오래 바라보았다


그가 알아주길 바랐다
수없이 마음속에서
신호를 보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줄 것이다’
그것은 믿음이라기보다
조용한 요구였다


그는 몰랐다
그녀는 서서히
서운해졌다


아무 말 없이
서운해졌고
말이 없기에
책임도 없다고 믿었다


그렇게 쌓인 무언(無言)은
언젠가
‘왜 몰라줬냐’는
작은 원한으로 변했다


그녀는 여전히 말하지 않았다
그가
눈치채주길
아직도 바라며


“나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랬잖아…”


그 말의 끝엔
모든 책임을
침묵 속에
미루는 손가락이 숨어 있었다




"종종,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줄 거라고 믿습니다.


그 믿음은 언뜻 다정하고 성숙해 보이지만,
사실은 위험한 착각일 때가 많습니다.


말하지 않은 기대는
상대가 짊어져야 할 책임이 아닙니다.
그 기대를 품은 사람이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알아서 눈치채주길’ 바라는 마음은
공감이 아니라 통제일 수 있습니다.
상대의 감정과 반응을
말없이 유도하려는 시도는
사랑이 아니라, 일방적 기대이기 쉽습니다.


그녀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에선 수없이 바랐습니다.
그리고 상대가 모를 때마다
조금씩 실망했고,
그 실망이 쌓이자
이윽고 ‘왜 몰라줬냐’는 감정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몰랐습니다.
그녀가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소통 없는 관계는
조용한 전쟁이 됩니다.
말하지 않은 감정은 언젠가
침묵 속에서 터지고,
그때는 이미 너무 늦은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은 말해야 합니다.
오해를 낳더라도, 불편하더라도,
말하지 않으면 소통은 시작되지 않습니다."


자신의 기대를 입 밖으로 꺼낸다는 것은
용기이자 책임입니다.
그래야만 상대도 나를 진짜로 알 수 있습니다.
그제서야 우리는
원망보다 이해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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