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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직서가 Sep 12. 2024

경매 교육받고 급매를 왜 잡아?

[경알못 엄마의 돈공부 여정기]


"경매 교육 신청한다!"

"응? 무슨 교육?"


8년 전, 하루는 편이 뜬금없이 경매 교육 얘기를 꺼냈다. 당시, 부동산 계약서 한 번 써보지 않았던 내게 그런 말을 하는 남편이 이해될 리 없었다. 황당한 건 그것뿐이 아니었다. 교육장소가 살고 있는 천안이 아닌 서울이라는 것이다. 매일 출근하는 사람에게 퇴근 후 서울로 가서 교육을 듣고 오라니. 어이없어 화도 안 났다.


남편은 육아휴직 중 낮에 경매 교육을 들었고, 부동산에 대해 알게 되면서 경매가 얼마나 매력적인 투자 방법인지 설득하기 시작했다.


경매는 일반 부동산 매매보다 저렴한 가격에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흙수저인 우리 부부에겐 혹 하는 투자 방법이었다. 경매에서 성공하려면 물건을 싸게 낙찰받고, 낙찰 후 법적 문제나 하자가 없는지 꼼꼼한 확인이 필수다.


남편은 교육생들과 임장도 다니고, 강의 들으니 부동산은 부부가 같이 해야 할 공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가정 경제를 위한 일이라 더는 싫다고 고수할 수 없어 알겠다고 했다.  




매주 수요일, 퇴근하자마자 택시 타고 천안아산 KTX역으로 향했다. 서울역에 도착한 후 강의장까지는 다행히 멀지 않았다. 저녁은 교육장에서 나눠주는 김밥으로 대충 때웠다. 3시간의 경매 수업을 들으며 낯선 용어들과 복잡한 절차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솔직히 모든 것이 어렵게 멀게만 느껴졌다.


첫날, 나는 강사가 누군지 미리 알아보지도 않고 앉아있다는 걸 뒤늦게 알정도로 무지했다. 3개월간의 교육을 들으면서 점차 경매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동기들이 하나둘씩 낙찰을 받기 시작하면서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남편도 같은 심정이었겠구나.' 그가 왜 나에게 경매 공부를 하라고 권했는지 비로소 이해가 갔다. 하지만, 경매는 단순히 수업을 듣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직접 발품도 팔고, 자료를 모아 분석하는 손품도 필요하다.  


수업 다 듣고 나면 작은 물건이라도 쥐게 될 줄 알았다. 그뿐인가. 파이프라인 만들어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나는 상상도 했다. 강의는 워밍업에 불과했다. 치열한 공부에 발품, 손품 팔아 정보를 수집하고, 직접 다니며 눈으로 확인하는 공이 필요했다.


우리는 경매 물건을 찾기 위해 친정인 광주를 타깃으로 삼았다. 옛 중심지이자 5년 내 지하철 개통소식이 있었고, 학군 좋은 지역의 경매 물건을 리스트로 뽑았다. 친정에 세 아이를 맡기고 남편과 해당 동네로 갔다.


수업에서 배운 대로 입지 분석과 주거 여부 확인 요령, 집안 내부 체크할 사항들을 배웠는데,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죽어도 "계세요?" 하고 문 두드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파트 바로 앞 초, 중, 고 있고, 지하철이 들어 올 예정에, 근거리에 시장과 큰 마트도 있어 놓치기 아까운 자리였지만 차마 입주자와 대화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결국, 경매 물건 리스트는 가방에 넣고, 근처 부동산을 찾아갔다. 




"급매 나온 거 있을까요?"


우리 부부는 경매 대신 급매로 우회했다. 급매란 말 그대로 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온 매물을 말한다. 보통 주인이 급히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경우에 나온다. 경매와 달리 복잡한 절차 없이 바로 계약할 수 있다는 장접이 있지만, 매물 상태나 법적 문제는 경매와 마찬가지로 신중히 살펴봐야 한다.  1년 간격으로 전세가보다 낮은 가격에 급매 아파트 2채를 구입했다. 다행히 전체 인테리어를 새로 해서 전세는 바로 나갔고, 큰 어려움 없이 4년 동안 소유했다.


대박 나길 바랐지만, 그렇지 못했다.

큰 이익도, 손해도 없이 조용히 끝이 났다.  



여기서 정보!

경매와 급매는 둘 다 저렴하게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과정과 접근 방식은 차이가 있다. 경매는 법원의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물건의 상태나 법적 하자가 명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입찰하는 경우가 있다. 경매 물건을 낙찰받으면 그 후에도 명도나 소유권 이전 과정에서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반면, 급매는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되는 일반 매물이다. 매도인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신속하게 판매하고자 할 때 나오는 물건이다. 급매는 일반적인 부동산 거래 절차를 따르기 때문에 법적 하자가 상대적으로 적고, 즉시 계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경알못 엄마가 배운 3가지!

1. 경매든 급매든 성공적인 부동산 투자를 위해 시장 상황을 철저히 조사하고 분석해야 한다. 개발 계획, 학군, 교통편의시설 등 부동산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들을 잘 체크해야 한다.

2. 반드시 현장을 방문해 물건의 상태와 주변 환경을 확인해야 한다.

3. 경매를 배웠다고 꼭 경매만 볼 필요는 없다. 급매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도 방법이다.  



두려워하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부동산 경험을 쌓아보는 게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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