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면 뭔가 많은 듯해도 실제 가정 경제에 도움이 크진 않았다. 전세는 개발 이슈 등으로 아파트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지기에 장기간 지켜봐야 한다. 소형아파트는 매월 받는 월세로 대출금을 상환하도록 해두어 우리 부부가 손에 쥐는 돈은 없었다.
8년 전, 남편에게 이직의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우리는 반도체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자동차 분야의 전혀 다른 업종으로의 전환이었다. 미래 발전가능성 및 수도권 생활등을 고민해 남편은 이직을 희망했다.
문제는 가족이 다 함께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어린이집에 다니는 세 아이 키우며 맞벌이 생활 중이었기에 나까지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면 가정 경제가 휘청거릴 터였다. 고민 끝에 주말부부를 하기로 했다. 세 아이 키우며 어떻게 직장생활을 해야 하나 막막했지만, 우선 부딪혀 보고 못하겠으면 그때 그만둘 작정이었다.
남편이 살 인천 집을 알아봐야 했다. 처음엔 혼자 살 작은 월세를 구할 생각이었다. 부동산을 돌며 월세를 알아보다 한 번씩 아이들 데리고 올라오면 있을 곳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달 나가는 월세와 대출받아 집을 구입했을 때의 이자와 원금을 비교한 후 계획을 변경했다.
우리 부부는 계획에 없던 빌라를 구입하게 됐다.
빌라 투자는 부동산 시장에서 덜 조명받는 영역이다. 흔히 아파트를 투자 대상으로 많이 떠올리지만, 빌라 역시 소액 투자자들에게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파트의 높은 진입 장벽에 비해, 빌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기 때문이다.
빌라의 매력은 '가격'이다.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초보자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특히, 빌라가 위치한 지역이 발전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면 추후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통해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는 기회도 존재한다. 빌라는 임대 수익을 통해 꾸준한 현금 흐름을 만들기 좋다. 처음 인천에 올 때 남편 거주용으로 구입한 빌라를 현재는 임대해 따박따박 월세를 받고 있다.
단, 장밋빛 미래만 있는 건 아니다.
아파트에 비해 유동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아파트는 매매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반면, 빌라는 매수자를 찾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 쉽게 팔리지 않을 수 있어 자금이 묶일 수 있다. 또한, 아파트에 비해 가격 상승폭이 크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아파트 빌라 모두 부동산 투자 시 건물이 너무 오래된 면추가 유지 비용이 들기에 신중히 알아봐야 한다.
빌라투자 팁!
1. 입지. 부동산 투자의 기본은 입지다. 교통이 편리하고, 지하철역과 가까운 역세권이나 학권이 좋으면 언제나 임대 수요가 높다. 이러한 지역을 중심으로 빌라를 찾아야 한다.
2. 건물 상태. 빌라는 대체로 오래된 경우가 많다. 건물이 잘 관리되고 있는지, 공용 시설 상태는 어떤지 잘 살펴야 한다. 낡은 건물은 보수 비용이 더 들어갈 수 있어 예상치 못한 추가 지출이 발생될 수 있다.
3. 자금 계획. 아파트에 비해 대출 비율이 낮은 경우가 많아 자신의 자본력과 대출 가능성을 미리 잘 따져봐야 한다. 금리 인상이나 대출 상환 부담의 변수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가격이 아파트보다 저렴하다고 해서 가치가 낮다고 볼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접근하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가치는 달라질 수 있다.
처음 빌라에 들어가면서 나 역시 많은 고민을 했다. 매월 월세로 들어가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차라리 매입하는 것이 나을지. 특히, 빌라는 분양가가 가장 높을 때가 매입 시점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하락한다고 알고 있었기에 더 망설였다.
8년이 지난 지금, 구입한 빌라는 큰 변동없이 유지되고 있지만, 주변 아파트들은 크게 상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달 들어오는 임대 수익은 가정 경제에 나름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가끔 생각한다.
만약, 그때 주변의 말만 듣고 투자를 포기했다면 어땠을까?
후회했을까, 아니면 다른 기회를 찾았을까?
사실 모든 투자는 선택과 판단의 연속이다. 한쪽면만 보고 결정을 내리면, 그 속에 숨겨진 또 다른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눈앞에 보이는 가치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이번 경험을 통해 배웠다.
완벽한 선택이란 것은 없다. 하지만 무엇을 선택하든 그 결정을 통해 얻은 경험과 배움은 결국 나의 자산이 된다. 그래서 어떤 투자든 한 면만 보고 접으면 기회는 오지 않는다. 선택의 순간에 신중하되, 완벽을 추구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며, 때론 그 기회가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는 것을 잊지 않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