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목적으로, 나중에 아이들 집 분양이라도 받아주려고. '혹시 모를 변수에' 대비해 신줏단지 모시듯 지니고 있었다.
청약제도는 일정 기간의 가입 기간과 예치금 같은 조건을 충복하면 청약자에게 신축 아파트 분양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로 '청약이 곧 로또'인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2030 세대 10명 중 7명은 실효성 없는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2022년부터 매년 가입자 수가 연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라고.
이유는 분양가 상승과 청약 자체가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에서이다. 아파트 분양가는 '넘사벽'수준이라 청약에 당첨된다고 해도 높은 분양가를 감당할 수 없어 포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또한, 미분양이 있어 굳이 청약이 아니어도 집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장 해지를 두고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적은 금액이지만, '언젠가는'이라는 작은 희망을 저축하고 있다는 기분에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 청약 가점이 낮아 당첨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쉽게 놓을 수 없었다.
주변에서 운 좋게 당첨되어 이익을 봤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려왔지만, 나와는 동떨어진 이야기인 듯했다. 당첨 가능성을 높이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그 사이 내 삶의 우선순위가 변화하고 있었다. 결국, 나는 막연한 기대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했다.
[한국경제 2024.8.20일 기사]
나에게 맞지 않는 길을 포기하는 것이 무언가를 잃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청약통장은 그 자체로 가능성이긴 했지만, 내게 그 가능성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삶은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이라고 하지 않던가. 때로는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가져다주지 않을 때도 있고, 시간이 지나야 만 의미가 드러날 때도 있다. 청약 통장 해지 결정도 그중 하나일 뿐이다. 희망을 포기한 것인지, 새로운 가능성을 선택한 것인지는 선택한 후에야 알 수 있는 법이다.
해지 후, 그 돈을 더 현실적인 곳에 투자했다. 몇 달 전까지 나는 ETF와 채권 같은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 방식을 고수했다. 매달 들어오는 소액의 배당금이 적지 않았지만, 그 돈만으로는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이 방식으로 과연 내가 원하는 자산 성장을 이룰 수 있을까'라고 늘 마음 한편으론 불안감과 아쉬움이 자리 잡았다.
8월 17일. 우리 부부는 인생 투자 강의를 접했다.
바로, 용기 내어 자산 리밸런싱에 들어갔다. 사실 리밸런싱이라는 단어조차도 두렵게 느끼던 나였다. 그만큼 변화를 꺼리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약통장에 쌓아둔 금액까지 포함해 자산을 한 번에 재배치하는 결단을 내렸다. 우리 부부가 가지고 있던 EFT, 채권, 주식까지 모두 팔아 비트코인으로 리밸런싱 한 것이다. 이 선택은 마치 완전히 다른 세계로 발을 내딛는 것과 같았다.
결과는 좋았다. 2달 만에 배당금이 이전보다 무려 1.5배나 뛰어오른 것! 리밸런싱 전에는 안정적이지만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없었던 포트폴리오였지만, 새로운 포트폴리오로 재구성한 후에는 수익에서 눈에 띄게 차이가 났다. 물론, 여전히 변동성이 크다는 불안감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만큼 큰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한다는 걸 경험하는 중이다.
자산 리밸런싱을 한 후 느낀 건 '안정'만을 좇는 것 또한스스로를 가둔 하나의 두려움이었다는 것이다. 용기 내어 자산의 흐름을 재정비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니, 비로소 새로운 기회가 내 눈앞에 열렸다. 물론, 리밸런싱이 항상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번 기회를 통해 자산관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 흐름에 맞게 발 빠르게 움직일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5년간 품고 있던 청약 통장을 해지했다. 올해 초에는 10년 이상 부은 교육보험 2개를 해지했다. 내가 붙잡고 있었던 작은 희망이 오히려 더 큰 기회를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약 통장이나 교육보험은 내게 안정감을 줬지만, 오히려 나를 더 나은 가능성으로부터 멀어지게 한건 아닐까 싶다.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길이 항상 최선의 길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