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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직서가 Oct 17. 2024

주말 아침, 스벅으로 출근하는 부부

[경알못 엄마의 돈공부 여정기]


"저는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요"  돈에 관심 없다는 A.

그는 매월 들어가는 자녀 교육비로 한 번씩 직장을 확 떼려 치우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그만둘 수 없는 처지다.


30대인 B는 이십 대를 하루  듯 살았다. 적금은커녕 모아둔 돈은 없다. 그에게 있는 건 추억 어린 사진뿐이다. 영원할 것 같던 시간은 저물어 어느덧 서른 중반을 향하고 있었다. 월급으로 월세, 차량유지비, 통신비와 생활비를 충당하는 것만도 벅차다. 최근 쿠0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C는 두 자녀를 키우느라 오랜 세월 경단녀였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니 적은 금액이나마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시급 알바를 시작했다.


만약, 이들이 로또에 당첨되어 5억이 생겼다면 a, b, c 인생은 확 바뀔까??


당장은 바뀔지 모르겠지만, 10년 후는 어떨까?

직장과 아르바이트 안 하고 돈이 돈을 벌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을까? 솔직히, 나는 아니라고 본다. 지갑에 지폐 10만 원을  넣고 다녔는데, 마트 장보고, 아이들 떡볶이 간식 사주고, 내 거 커피 한잔 사고. 나간 지도 모르게 나가는 게 돈의 습성이다. 자기 자신이 돈 담을 그릇이 안되어있으면 아무리 5억이라는 거대한 돈이 들어온다 한들, 키우고 불리지 못하리라 생각한다. 5억을 투자로 2배, 3배 불릴 수 있을까?





회계사 사경인은 15년 전 자신에게 투자를 가르칠 수 있다면 이 방법 그대로 가르치겠다며 <사경인의 친절한 투자과외>를 집필했다. 그의 이름은 남편이 즐겨 보는 <삼프로 TV>에서 처음 접했다. 올해 7월, 가계부 쓰기를 시작하고, 돈 공부도 시작했다고 하니 남편이 이 책부터 읽어보라고 했다.


친히 도서관에서 빌려다 주기까지 했는데... 딱! 엑셀 책 같았다. 큰 판형과 미끈거리는 종이 질감, 온통 숫자와 그래프 가득한 내용까지. 빌려다 준 성의가 있어 어떻게든 읽어보려 애를 썼지만 쉽지 않았다. 1장을 보다 결국 덮어버렸다. 대신, 집에 가득한 경제서 가운데 작가의 최근 출간 책인 <진짜 부자 가짜 부자>를 읽었다.


사경인 회계사의 책을 도서관에 반납한 지 정확히 한 달 뒤, 다시 그 책을 빌릴 일이 생겼다. 가계부 모임의 두 번째 선정도서였기 때문이다. 첫 실패의 경험 때문에 읽어 낼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신기하게 어렵지 않게 완독에 성공했다.



분명, 한 달 전만 해도 집중하기 어려운 책이었는데. 그 사이 경제 기본 용어를 다룬 책과 매일 뉴스 기사를 접해 용어가 낯설지 않았던 이유가 컸던 것 같다.


저자는 학원 및 증권사 강사로 유명하다. 이 외에도 펀드, 증권, 파생상품 강의와 경제 분야 대표 유튜브 <삼프로TV>외 방송과 저서 활동도 꾸준히 하는 중이다. 이 책은 저자가 아내 이지영에게 투자가 무엇인지 하나하나 자세히 알려주는 콘셉트이다. 아내 이지영에게는 투자 고수 남편 사경인이 있다. 다행히 내게는 남편이 있다. 돈 공부 하다 막히는 부분은 어김없이 남편에게 SOS를 친다.






우리 부부는 돈 그릇을 단단하게 다지기 위해 스타벅스를 찾는다. 주말 오픈인 아침 8시면 어김없이 스벅 책상에 앉아 책과 노트북 또는 갤럭시 패드로 각자의 독서나 공부를 시작한다. 토요일과 일요일 중 오전 네 시간을 보내거나, 주말 내내 가기도 한다.  직장 스트레스와 피로로 남편은 평일은 집에서 독서를 하기보다 TV나 유튜브를 보며 쉬는 걸 즐긴다. 그나마 경제 유튜브 채널이라는 게 내게는 위안이랄까. 더군다나 노안이 시작되어 이제 종이 책 읽는 건 힘들단다. 다행히 아직까진 나는 전자책보단 종이 책에 밑줄 쫙쫙 그으며 읽을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 집에서 거실의 주 기능은 '쉼'이다. 그러나, 나는 TV를 없애고 싶다. 내게는 없애고 싶은 1위, 남편에게는 지키고 싶은 1위로 서로 의견이 갈린다. 평일도 독서 분위기로 집안을 조성하고 싶지만 나의 욕심이라는 생각에 각자의 스타일대로 보내고, 주말은 함께 카페 공부 중이다.




투자와 돈 공부를 함께 하니 대화 내용이 풍성하다. 이해되지 않는 경제 현황에 대해 주로 나는 묻고, 남편이 답해준다. 함께 투자를 공유하고 돈 공부를 하니 가장 좋은 건 장기 목표를 공유할 수 있다는 거였다. 자녀들 미래나 노후 문제 등 점차 공동 목표를 구체적으로 그리는 대화가 오갔다.

재정 문제는 부부 사이로 갈등까지 번질 수 있어 조심스럽기도 하다. 지금껏 내가 돈 공부를 외면한 이유이기도 하다. 민감한 문제이고, 서로의 투자 성향이 다르기에 섣불리 얘기를 꺼내기 어려웠다.


그런 우리 부부가 돈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 결정적 이유는 작은 목표에서부터 시작한 게 도움이 컸다. 특히, ISA 투자를 시작하며 배당 소득세 얘기와 재 투자로 자연스럽게 대화가 연결됐다. 또 다른 이유는, 전문가의 도움이었다. 8월에 만난 투자 고수 강의를 함께 들었던 게 크게 작용했다. 자산을 리밸런싱 하고, 관련 공부를 함께 하다 보니 공동 목표가 생긴 것이다.


부부가 함께 재정 관리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시너지가 크다. 다만,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감정적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거리를 두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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