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직서가 Oct 24. 2024

드디어 나도 퇴사?

[경알못 엄마의 돈공부 여정기]

천안에 있을 때 일이다. 반도체 회사는 겨울에 상여금 받는 재미가 쏠쏠하다. 퇴직자로서 맞는 겨울은 그 어느 해보다 춥고 쓸쓸했다. 전 직장에서 들려오는 상여금 소식이 부럽고, 배도 아팠다. '퇴직 결정이 맞았나?'라는 자괴감에 빠져있는데 우연히 한 편의 글을 읽고 훌훌 털어냈다.


4년 전, 회사를 떠나며 생긴 버릇 중 하나는 매일 같이 '지금 나는 불행한가?'에 대해 자문하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망하고 있는 과정 중에 있는 것일지 모르고, 그래서 언젠가 결국 불행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나의 목적은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오늘 당장 싫은 사람을 만나지 않고, 원치 않는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매일매일 불행해서 도망치는 것이 내겐 더 중요한 일이다.
                        -작가 김보통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내가 내린 부자의 기준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안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가이다. 월급이란 족쇄 때문에 이도 저도 못하고 억지로 직장에 메어있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선택하고 운영하며 사는 사람이야말로 부자라고 생각한다.



현재 일하는 곳에서는 매년 11월 공채가 진행된다.

8 to 5, 9 to 6로 출퇴근하는 곳에 비해 시간이 여유로워 아이들 키우며 하기에 좋다. 단, 보수가 적고 업무 보조를 하는 식이라 자괴감이 들 때가 있다. 작년에 공채 지원을 두고 고민이 많았다. 한 곳에 메여 살아야 하는 직장생활이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른 방안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지원했다. 합격이라는 결과로 마음속 지워지지 않는 물음표를 덮길 바랐지만, 1차 서류 심사 합격, 2차 면접 낙방이었다. 하던 초고작업 에 집중했다. 그러나, 결과 발표를 듣던 날과 다르게 이틀 지나니 마음이 이상하리만큼 편했다.

내가 원하는 길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실업급여가 끝나가는 데 마땅히 길을 찾은 것도 아니기에 1년 계약직으로 다시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공채 기간이 찾아왔다. 10월이 다가올수록 이번에도 공채 지원 하느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


"아니요. 지원 안 하려고요."

"네! 왜요?"

"프리랜서로 일하려고요."


계약직으로 있었던 10개월 동안 하고 싶은 찾았다. 그 덕분에 올해도 지원하냐고 묻는 이들에게 자신 있게 안 한다고 답할 수 있었다.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기에 아예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고, 다시 계약직 일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곳에 정착하고 싶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점심 먹고 한 남자 선생님과 산책을 하게 됐다.

이런저런 업무 얘기를 하고 산책이 마무리되어갈 때쯤, 그는 내게 물었다.


"저는 애가 하나라 집 물려주면 되는데, 애가 셋이라 어째요..."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질문인가 싶었다. 깔고 앉아 있는 집을 대단한 것처럼 얘기하는 게 어이 없었지만, 대충 말을 흘리며 대화를 끝냈다. 자신은 월급루팡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물려줄 집만 있으면 되는 걸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런 인생은 부럽지 않다.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자신이 진두지휘하는 삶이 부럽다.    


"매월 얼마씩 들어왔으면 좋겠어요?"라고 묻는 말에 나는 300만 원이라고, 지인은 500만 원을 말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딱 월급만큼 바랐다.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우위에 있었다.


현재, 부동산과 배당금 수익으로 1차 목표금은 달성했다. 그럼, 이제 일 안 해도 되는 걸까? 막상 달성하고 보니, 재 투자로 이익을 만들 생각이 들지 일부만 떼서 쓸 생각은 들지 않는다. 돈이 돈을 벌게 하는 확실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전까지 허리띠를 더 졸라매게 된다. 매월 받는 배당금을 생활비로 쓴다면,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것과 뭐가 다를까? 보유 자산의 크기를 늘기 전까지 참고 인내해야 한다.  


그러나, 달라진 게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가장 크고 중요한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그전이라면 어쩔 수 없이 이 나이에 마땅히 할 건 없고, 돈 벌어야 하니 공채 지원만이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테다. 이젠,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계약이 끝나면 연장은 안 할 생각이다. 당분간 쉬는 시간을 두고 생산자로서 고민한 일을 시작해보려 한다. 그럴 수 있는 시간을 나에게 선물해 줄 수 있는 것! 이런 게 '부자'라고 생각한다.      


우리 부부는 가진 것 없는 흙수저였다. 나는 대학교 등록금도 손수 벌어서 해결했고, 결혼도 마찬가지였다. 결혼했다고 끝난 것도 아니었다. 친정과 시댁에 가전제품이 고장 나면 바꿔줘야 했고, 시댁은 지금도 필요한 게 있으면 우리 집부터 찾는다. 양쪽집 모두 노후 준비도 안된 상태다. 그러나, 막연하게 꾸었던 목표 금액이 달성되어 가고 있다. 둘 월급까지 합하면 월 천은 훌쩍 넘는다. 소득 이익만 1000만 원, 1500만 원, 1800만 원, 2000만 원. 불가능한 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시간을 내가 조율하며 사는 삶

하기 싶은 일을 안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삶

마음의 여유가 넘치는 삶


꾸준히 읽고, 공부하고, 실해하며 꿈을 향해 걷는다.



이전 07화 주말 아침, 스벅으로 출근하는 부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