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8 Log
나는 하루 끝나는 샤워를 할 때 가끔 물멍을 한다. 그냥 샤워기 물을 틀어놓고 한없이 멍 때리며 정리하곤 한다.
목차에 대한 생각도 같이 흘러가듯 들었다. 그러다 어떤 누구에게라도 그런 순간이 필요할 때가 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멍하니, 한참 물을 맞다 보니, 조금 마음이 정리되기도 했다. 하루를 이따금 떠올리니, 이틀 동안 그랬구나 했다.
할머니 생신 80번째, 잘 마쳤고, 해야 할 도리를 했다. 할머니는 우리를 키워주셨다. 엄마와 같은 느낌이랄까. 점점 야위어가는 할머니의 손, 걸음걸이도 뒤뚱 거리시는 할머니를 뵐 때마다 ‘1년이 다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할머니와 같이 있을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100살 120살까지 함께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도 해본다. 이렇게 하루라도 정정하실 때 마음 표현도 하고, 사랑한다는 말도 많이 해야 하는데.. 낯부끄러운 손녀는 그런 말을 못 한다. 그런 이야기가 낯설다. 그래도 조금 더 표현하고, 조금 더 다가가자 마음먹었다. 이번엔 마음으로 그치지 않고, 표현 해보자! 는 다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