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이 진다.
야속한 빗 바람이 합세해 꽃떨기를 시셈한다.
한껏 우아를 펼쳐보지만 실상은 어느쯤 우쭐하다 보면 추락해있다. 그나마도 흩날릴 때까진 감탄해주지만 누구도 바닥에 떨어진 꽃잎에 눈길은 주지 않는다.
밟히고 짓이겨져 꽃 진액이 다 빠져 닳고 공기 중에 흩어진 때까지도 밟힌 꽃잎을 기억하는 이는 별로 없다.
그런데 나는 그걸 해보고 싶다.
짓이겨진 꽃의 삶을 되짚어보고 추억하고 곱씹고 기억해 내는 이야기를 나누고만 싶다.
위용을 떨치며 한껏 아름다움을 뽐내다가 그 절정의 순간에 떨어져 밟혀가는 꽃잎들의 스러짐이 마치 인생을 닮아서일까.
한 떨기 한 떨기 파르르 바람에 흩어질까 노심초사하는 맘과는 다르게 저만치 바람에 실려 달아나는 꽃잎은 삶에 순응하므로 비겁은 없다.
연약하기 그지없데도 짧은 순간 제가 할 일이라는 듯이 본분을 다하는 그 삶을 기억하는 글을 써보고 싶다.
언제는 비겁하고 언제는 겁이 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외침까지는 아니더라도 어깨맞대고 소곤소곤이야기 나눠보련다.
잊지 말아야 하는 많은 것들에 대하여...
이제 당신, 나와 함께 소곤소곤.